대한민국 연극제 첫출연 이호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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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연기생활 20년을 기록하는 이호재씨(42)가 처음으로 대한민국 연극제에 참가했다. 『기성극단이나 전문배우를 대상으로 심사해서 상을 준다는 경연형식의 연극제가 타당치 않다고 생각되어 연극제를 기피해 왔지요.』 이씨의 말이다.
그런데 올해 대한민국연극제참가 작품 『주라기의 사람들』에 출연하게 된것은 작품이 좋은데다가 20년동안 뿔뿔이 흩어져 연기생활을 해오던 전무송·이주실씨등이 한작품에 함께 출연, 그들과 만나고 싶어서 출연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연극제에 참가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들과 함께 연기하는 기쁨이 더 크다』는 얘기다.
『주라기…』(극단 산울림)는 이강백작 임영웅연출로 석탄을 캐내는 탄광촌 사람들의 얘기다. 이 연극엔 모두 13명 의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탄광촌이란 생활터전에서 각각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씨는 탄광소장역인데 『소외와 분노를 자기희생과 인간애로 극복해 나가는 탄광촌 사람들이 감명을 준다』고 말하고 있다.
이씨는 62년 데뷔했다. 함께 데뷔한 많은 연기자들이 영화나 TV로 옮겨갔지만 이씨만은 꾸준히 연극만을 지켜왔다, 이씨의 말을 빌면 연극에 미치고 소신이 없으면 한길을 걷기 어렵다고 했다.
이씨가 20년 동안 출연한 연극은 70여편. 『초분』 『태』 『잉여인간』 등이 주요 작품으로 꼽힌다. 『연극이 뿌리를 내리지 못해 연극인이 연극으로만 생활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씨는 부인(최정자·37)이 동방생명 창덕영업소장으로 생활을 한다고 했다. 『생활이 안되니 좋은 연극인들이 외도를 해 연극계는 더욱 쓸쓸하다』고 덧붙였다. <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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