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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서도 … 광화문서도 … '오 ~ 통일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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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광복 60주년 전야제가 열린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들이 한반도기와 태극기를 들고 남북통일축구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광복 60주년 기념 '8.15 민족대축전'이 벌어진 서울 시내 곳곳에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몰려나와 통일과 평화를 바라는 물결을 이루었다.

이날 오전 북측 대표단 182명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시민단체 회원 등 200여 명은 공항 출국장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맞이했다.

대표단의 숙소인 서울 광장동 W서울워커힐 호텔에선 시민들이 박수로 이들을 반겼다. 저녁 남북통일축구대회가 열린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은 '오~통일 코리아'를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일부 보수 단체의 반발이 있었으나 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남북 화해의 열기는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민족대축전 본행사와 이산가족 화상 상봉 등으로 이어진다.

?"광화문.월드컵 경기장은 축제 분위기"=민족대축전은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민족대행진'으로 시작됐다. 오후 4시30분쯤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서 북측 대표단의 행진이 시작되자 1000여 명의 시민들은 윤도현 밴드의 '아리랑' 등의 노래에 맞춰 '조~국통일''우리는 하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사장 주변의 한반도 모양이 그려진 대형 기구와 '통일 열차 떠납니다. 어서 타세요'등의 플래카드는 분위기를 북돋웠다.

오후 5시 북쪽 대표단이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공식 응원가인 '경의선 타고'가 울려퍼지자 관중은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어린이 두 명이 '고향의 봄'을 함께 부를 때는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오후 7시 시작된 남북통일 축구경기에서 선수들은 상대 측 선수들이 넘어질 때마다 먼저 손을 내밀었고, 관중은 북한 선수들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남측이 경기를 앞서가자 관중은 "한 골 넣어"를 외치며 북한을 응원했고, 북측 선수의 슛이 아쉽게 골대를 맞고 나올 때는 안타까운 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고 있는 북한 측 응원단의 입가에도 웃음꽃은 끊이지 않았다. 한 북한 대표단은 웃으며 "세 알(세 골)을 먹어 섭섭합네다"라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부터 밤 늦게까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아시아 대동 한마당'에 참석한 시민들도 축제 분위기를 한껏 즐겼다. 세종로에 모인 5000여 명의 시민들은 가수의 공연과 중앙 무대에 설치된 대형 화면으로 중계된 통일축구에 열중했다. 시민들은 한반도기와 태극기를 양손에 들고 '통~일조국'등을 연호하며 물결타기 응원을 벌였다.

경기를 관전한 이영익(43)씨는 "같은 민족끼리 하나가 돼 경기를 하니 가슴이 벅차다"며 "이런 화합의 분위기가 통일이 될 때까지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보혁 갈등=이날 보수.진보 단체의 집회가 시내 곳곳에서 열렸다. 통일연대.전국민중연대 회원과 한총련 소속 대학생 수천 명은 이날 축구대회가 끝난 뒤 서울 경희대에 모여 오후 11시부터 '반전 평화 미군 철수의 밤' 행사를 했다. 이들은 당초 연세대에서 행사를 열려 했으나, 대학 측이 출입문을 봉쇄하고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하자 장소를 바꿨다.

보수단체 소속 회원 20여 명은 오전 11시쯤 국립현충원 정문 앞에서 북측 대표단의 국립묘지 참배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다 한때 경찰에 연행됐다.

상암동에서도 반북 시위를 한 이들은 "북측 대표단이 국립묘지를 참배하기 전에 한국전쟁과 각종 테러행위에 대해 사과와 반성을 해야 한다"며 "반성이 전제되지 않은 참배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백일현.강승민.박수련 기자

100:1 경비
경찰 1만8208명이 방문단 182명 보호

8.15 서울 민족대축전에 올 들어 최대 규모의 경찰력이 투입됐다. 행사 첫날인 14일 경찰은 북측 대표단의 경호, 숙소.행사장 경비 등에 연인원 1만8208명(경찰관 1168명.전경 142개 중대 1만7000여 명)을 동원했다.

북측 대표단이 182명인 점을 감안하면 '일당백'의 경비를 선 셈이다. 이날 투입된 인원은 전체 전.의경(약 5만 명)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많은 경찰력이 투입됐지만 전투모와 방패로 상징되는 전경들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경찰청은 전경들에게 진압복 대신 일선 경찰관 복장과 같은 근무복을 입게 했다.

북측 대표단의 숙소인 서울 광장동 W서울워커힐 호텔 앞에는 600여 명의 전경이 투입됐지만 전경들이 대오를 맞춰 경비를 서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축전 개막식과 남북 축구경기가 열린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는 33개 중대(1개 중대 120명)가 투입됐지만 전경들은 근무복을 입고 질서를 유지하는 정도의 경비를 펼쳤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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