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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 본 「주부의 세계」|부업-"돈버는 것 이상으로 성취의 기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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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본 여성란은 현대화과정에서 변모해가고 있는 우리주부들의 모습을 그들자신의 눈으로 투영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소득을 위한 노력」 「자기발전을 위한 노력」「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으로 나누어 앞으로 1주일에 한번씩 싣게된다. 우리나라 주부들에게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취미활동이 두드러지게 되고 이에 따라 눈에 띄게 활발해진것이 취미를 겸한 각종부업이다.
소녀때부터 뭔가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던 박효진주부(33·서울강남구잠원동 대림아파트8동)는 꽃꽂이부터 시작해 매듭, 빵꽃, 박, 양초,스 테인드글랙스, 방울자수, 종이인형, 등공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다 배워 집안에서 소규모의 취미교실을 열고있는 재주꾼.
함께 강습을 받은 동기생들중엔 본격적으로 사무실을 차리거나 점포를 연 이들도 더러 있지만 아내노릇, 엄마노릇 잘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박씨는 자신의 일을 집밖으로 끌어낼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박씨가 얻는 수입은 한달평균 20만원선. 물론 강습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드물지만 원하는 이에게 만들어 놓은 작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박씨는 이렇듯 손에 잡히는 금전적 이득보다 눈에 안보이는 더 큰 이익이 많다고 강조한다.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부지런하고 재주 많은 아내요, 엄마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줄수 있는 것과 자신이 만든 소품으로 집을 꾸며 어느 집에도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기쁨에다 친지들의 경사에 큰 돈 안들이고도 정성스럽고 인상에 남을 만한 선물을 할 수 있다는 흐뭇함등 무형적인 이득이 오히려 더 값지고 크다는 것이다.
공무원인 남편의 월급만 바라보기가 답답해서 4년전부터 레이스 뜨기를 중심으로한 수예·봉제품들을 집안에서 다루고 있는 김명희주부(32·서울강동구 잠실시영아파트62동)의 한달 순수익은 평균 25만원정도.
그녀의 작업은 레이스 실이나 원단등 재료를 구입해서 일을 맡고 싶어하는 이웃부인들에게 일거리를 나눠주고, 다 짠 것을 거두어 풀먹이고 다림질하는 세탁업자에게 맡겼다가 큰 시장의 수예도매상에 내는 일이다.
이들 「부지런한 손」들이 건네받게 되는 수고비는 응접세트용 등받이 한장에 1천원. 손이 재빠르고 숙련된 주부의 경우 집안살림 돌보면서 쉴새 없이 떠야 하루 한장을 완성할 수 있을까, 대개는 이틀에 한장이나 사흘에 두장꼴로 밖에는 떠내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들이 한달내 버는 돈이라야, 2만∼3만원이 고작이다.
김씨에게서 꾸준히 일거리를 가져가고 있는 「경섭이 엄마」는 『돈만 따져 가지고는 이일 못해요. 집안 일하고 남는 시간에 마실이나 다니고 우두커니 놀기 보다는 뭔가 좀 생산적인 일을 해보겠다는 마음이 있어야지요. 레이스를 짜면 팔도 아프고 눈도 피곤하지만 대신애 온종일 걸려 한장을 다 짜고 나면 완성의 기쁨이 있어요.
또 남편이나 아이들은 레이스 뜨는 엄마의 모습이 그리 보기 싫지는 않은가봐요.
이밖에 수출용 스웨터나 봉제의류를 공장으로부터 받아다 끝마무리를 하거나 단추를 다는 단순작업들도 수익면은 레이스 뜨기와 별차이가 없어 한달 수입이 2만∼3만원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비록 농한기에 한다고는 하지만 일거리 많은 농촌주부들이 바쁜생활 짬짬이 레이스뜨기 일을 한다거나 중노동에 속하는 택시운전기사 아내들과 중간 취업노동자들의 부인들이 스웨터 끝마무리 따위 일을 맡아하고 있는 것은 사람은 놀면 못쓴다는 우리 전래의 가치관과 고되게 일하는 남편을 조금이 나마 돕고 싶다는 애틋한 여심이 내비쳐 한층 값지게 여겨진다.
애완동물 중에서도 새를 기르고 있는 이정자주부(40·서울은평구갈현동477의15)는 아이들이 하도 졸라 카나리아 한쌍을 산것이 뜻 아니게 부업으로까지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새기르기는 다른 취미와는 달리 별로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한 편인데다 전반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형편이라 잘만 키우면 짭짭한 재미를 볼 수 있다.
이씨의 경우 현재 사육과 번식이 수월한 편인 잉꼬를 중점적으로 키우고 있는데 20쌍이 두달에 한번씩 알을 낳아 한쌍에 9천원씩 받고 새가게에 넘겨 한달이면 10만원정도의 순수익을 얻고있다.
새의 시중을 드는것도 생각처럼 힘들지는 않아 모이주기·물갈기·새장청소등에 아침나절 두시간이면 충분하고 쫍쌀·계란·배추잎·오징어·뼈등 40∼50마리 새의 모이값도 하루 5백원 안팎이면 충분하다.
이경순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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