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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입버릇…「웬일이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신종 우화(우화)- 『웬일이니?』시리즈가 대학가는 물론 일반직장의 젊은이들 사이에 열품처럼 번져가고있다. 우화나 은어의 생성소멸의 과정에도 철저한 적자생존의 법칙이 작용하지만 입큰개구리의 웬일이니?』시리즈로 불리는 이 우화만큼 『유머시장』 에서 타상품을 압도한적도 일찌기 없었다. 젊은이들 스스로도 「웬일이니」가 이처럼 유행하는것은 웬일이니?』라며 놀라고 있을 정도. 싱싱한 생명력으로 장수를 누리면서「웬일이니」가 선풍적인기를 모으고 있는 속사정을 알아본다.
「웬일이니」시리즈가 젊은이들 사이에 회자되기 시작한것은 지난봄.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나 밝은 태양을 보며 『오!서니』를 외치던 경칩을 전후해서였다. 이때부터 대학가의 유머시장에 첫선을 보인 『입큰개구리…』는 70년대의『참새』『식인종』『개미』『드라큘라』시리즈등 유명상품을 제압, 대학 「유머톱텐」의 정상에 군림했다.
『입큰개구리…』는 유별나게 입이 큰것을 자랑으로 떠벌이고 다니던 개구리가 어느날 입이 큰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자「웬일이니」라며 입을 오므리고 능청스럽게 자기변신을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있다.
허풍과 가식, 자기과시가 결국은 들통이 나 손해를 보게된다는 「이솝우화」의 교훈의정을석믈 모방하고 있지만 끝에「웬일이니」라며 입을 살짝 오므리는 유일한 입놀림동작이 「변신의 쾌감」을 주고 있어 한층 큰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뉘우치지않고 남에게 뒤집어 씌운뒤 신속한 자기방어 및 상황탈출을 하는 오늘의 세태를 풍자한 것이라고 대학생 은어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 시리즈는 우리사회에 큰사건이 터질때마다 새로운 속편이 등장하고 있는데 「장여인거액사기」사건때도 속편이 나왔다.
대학가의 제3의 언어「핑거·랭귀지 (수화)」(중앙일보7월12일자보도)와 함께 큰명성을 떨치고 있는「입큰 개구리」시리즈몇개를 소개하다.
▲1편=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많이 먹고 크게 떠들수 있는 큰입을 자랑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 여러 동물을 만난다. 처음 만난 염소에게『무얼먹고 사느냐』고 묻자『풀을 먹고산다』고 하자 『그러니』라고 비웃는 투로 말한다. 참새를 만나 『곤충을 먹고산다』는 대답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로 기세가 등등했지만 한창 가다가 뱀을 만난다. 뱀에게 『무얼먹고 사느냐』고 ane자 뱀이『입큰 개구리를 먹고 산다』고 하자 『그러니』라는 말대신 잽싸게 입을 조그맣게 오므리며 『웬일이니』(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개구리의 종말) .
▲2편=결혼식장에서 하마와 개구리가 서로 입이 큰 것을 자랑하며 시끄럽게 굴었다.
사회자가 장내 질서를 바로 잡는다며 『입큰 동물은 퇴장해달라』고 하자 개구리가 입을 오므리면서 『웬일이니』『하마야 너보고 나가라고 한다. 안됐다』(어려운 상황에「나만 살고보자」는 이기적인 자기방어로 타인의 비방을 받는 순간 신속한 상황탈출을 묘사).
▲3편=개구리와 하마가 사채시장에서 큰입(큰손)으로 통하고 있었다. 평소 개구리는 자신의 큰입(큰손)을 이용, 많은 사채를 끌어 모았다 풀었다 하면서 돈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뱀을 만나 실력이 폭로되고 사기가 들통나자 입을 오므리며 『웬일이니』『하마야, 경제는 흐르는 물인데 입큰 너때문에 물이 거꾸로 흐른다. 반성하라』(이·장사건이후 탄생한 속편).
「입큰 개구리」시리즈가 캠퍼스 주변 다방 경양식집등을 휩쓸고 강의실에까지 침투, 열병처럼 번져가고 있는데 대해 서울여대 김해성교수는 『대학가 우화는 은어의 발전적 형태로 은어에서 느낄수 없는 깊은 맛과 번뜩이는 재치를 담고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대학인의 대화의 단절, 현실에 대한 불만이 이러한 형태로 나타났다』면서 『대학문화의 침체와도 관련이 있다』고 풀이했다.
「입큰개구리의 웬일이니」시리즈외에도 최근 대학가에서 통용되고 있는 우화와 은어를 소개하면.
▲참새시리즈 최총해결판=참새3마리가 전기줄에 앉아 「더이상 출연금지」를 외치면서 한마리가 벌떡일어나 『그동안 참새시리즈 시청해줘 감사합니다』하고 날아감. 2번째 참새=애국가를 부르며 날아감. 3번째참새=날개를 쫙펴며 『지지지지…』(TV방영 끝난후 나는소리).
▲수치는 잠깐, 이익은 영원! (잠깐의 쪽팔림은 영윈한 이익)=땀에 떨어진 동전을 주울때,마지막 남은 불고기 안주를 먹을 때. 주위의 시선을 능숙하게 처리하기위해 사용.
▲도로포장=여자의 화장▲찢어지자=헤어지자▲반상회하자=당구에서 공을 한곳으로 모을때▲미인=미개한 인간▲개성있는 미남=개같은 성질을 가진 미친남자▲웃긴다=머리 구타한다, 골때린다▲화기애애한 가족스런 분위기=화기애매한 가축스런 분위기▲번번스럽다=뻔뻔스럽다의 제곱상태▲DJ=공단이나 직장휴일 「당직」의 영어이니셜▲점심때린다=점심을 해결하기 곤란할 때, 먹을 것이 마땅치않아 괴로울때 사용▲세포죽이네=멋긴 옷이나 비싼 액세서리로 무장하고 나오는 친구에게 하는말로「기죽이네」의 뜻▲살로우만·뼈로우만=우량아 (살찐사람)·갈비씨(뼈만 남은사람).<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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