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오락성, 지나친 비판은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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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TV는 대중에게 생활오락재다.
중앙일보가 창간 17돌을 맞아 조사한 국민생활의식을 보면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TV프로가 뉴스와 날씨(44·2%), 스포츠(22·7%), 드라머(12·6%), 영화(7·6%), 교양과 교육(5·2%), 가요와 쇼(4·4%), 코미디(2·9%)의 순으로 나타났다.
새삼스런 것도 아니지만 시청자는 주로 오락을 즐기러 TV를 본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는데서 이 설문결과는 값진 것 같다.
우선 가장 시청률이 높은 뉴스를 보면 TV에 정보를 의지하는 비율이 48%뿐이고 신뢰도는 39·7%밖에 안되어 14·4%가 서로의 정보교환으로 진실을 확인한다는 사실에서 TV뉴스의 실상이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뉴스의 시청심리는 정보를 얻는데만 있는건 아니다.
예컨대 팔레스타인난민촌의 학살사건의 보도가 계속된다. 참혹한 화면에 시자청는 분노하면서도 그재난은 남의 일이고 위험에 휘말릴 걱정도 없어 한편으론 흥미로와 한다.
살인이나 화재사건이 흥미있게 시청되는 것도 같은 이유인데 이런 뉴스가 즉시 쾌락을 준다하여 「즉시보수」의 뉴스로 본 사람은 「W·슈람」이다.
그러나 평화군파견에 따른 뉴스등에는 대개의 대중시청자는 관심을 쏟지 않는 것도 사실이어서 TV뉴스가 시청률이 높은건 정보쪽보다는 흥미로운 전달내용에 있음을 알수 있다.
스포츠뉴스도 그렇다. 이를테면 경기실황의 시청이 생활을 릴랙스하게하는 효과가 큰것도 오락성때문이어서 스포츠국을 보도국과 분리시킨 배경이 된다.
결국 대개의 프로들이 오락성을 지녀 극장이나 등산등으로 레저생활을 즐길수 있는 사람과 달리 대중계층엔 TV가 생활오락재임을 알수있다.
②오락은 몰가치한 것인가.
오락은 여가와 상관된다. 육체적인 피로나 체력을 회복하고 마음을 윤택하게 하는게 오락이며 레저다.
여가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근로의 재생산과 깊은 관계가, 있어 오락은 생산적인 활동이라는데서 대중계층에 TV의 오락기능은 중요한 구실을한다.
③오락의 중심인 드라머의 문제들….
본래 TV가 대중문화의 매체인것을 생각하면 고급문화계층에는 TV적표현들이 저속스럽게 느껴지는것이 당연하다.
속악한 내용만 아니라면 드라머의 대중층의 높은 시청률을 감안하여 너그럽게 보아야 될것같고 방송은 현실이니 드라머량을 줄이라는 주장도 옳지만은 않을듯 싶다.
또 전통적인 프로구분도 문제다. TV메시지란 비논리적이고 일관성이 없는 탓으로 딱딱하게 꾸민 교양물보다는 드라머에 지적요소나 다큐멘트적 기법을 써 계도성을 발휘할때 효과적인 경우가 있고 또 그런 추세로 나가는것 같다. 적절한 보기는 아니나 KBS제2TV의 『세자매』에는 이런 계도성도 담겨 인상적인때가 있다.
또하나 우리시청취향의 이른바 「드라머트루기」가 서있지 않은 탓도 크다.
미국과 일본·서구쪽의 드라머감각이 다르고 또 시청취향은 사회사정이나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문화감각을 쫓아 변하는데 이런 변수를 측정해 보는 과학적이며 주기적인 의식조사가 없으니 시청취향에 벗어난 드라머가 나오는 경우가 생긴다.
속도감이 없는것도 탈이다. 시청자는 바쁜 생활을 하는데 진작 매듭지었어야될 결혼이나 애정문제따위를 한달동안 끌어가니 엿가락 늘리듯한다는 말이 나온다.
드라머도 방송시간대별 대상시청자의 의식수준에 맞춰 꾸밀일도 중요하다. 두리뭉실하게 엮고 있으니 고급문화계층의 취향에 맞는 드라머가 적어 재미도 없고 저속하다는 비난이 나올수밖에 없다.
그런대로 KBS제1TV의 『풍운』이나 『아내』, MBC-TV『거부실록』과『친구야 친구』 는 이런 감각을 의식한 꾸밈인 것같아 평가될것 같다.
④서민층의 TV의존성도 생각해야….
이번 중앙일보의 설문중엔 5만원때문에 여름휴가여행을 포기한 사람이 47%나 되었다.
이런 서민층이 안방에 앉아 TV로 생활의 고달품을 달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TV의 교육과 교양기능은 당위적인 것이지만 그 효율성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도 고려하고 더구나 값싸고 편하게 오락거리를 TV에서 얻는 대중계층의 형편도 생각하여 TV의 가치 지향성만을 앞세워 서민층 오락의 젖줄을 막을 일만은 아닌성 싶다.
신규호 <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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