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9연승, 첫 단독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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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요즘 SK는 잘 익은 수박 같다. 한 번 칼을 대면 거침없이 쩍쩍 갈라지는 기세가 그렇다. 한여름밤의 먹음직스러운 볼거리가 또한 그렇다. SK가 11일 문학 홈경기에서 LG를 4-1로 누르고 9연승을 이어갔다. 9연승은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한화). 이날 현대에 3-9로 패한 두산을 1게임 차로 따돌리고 올 시즌 처음 단독 2위에 올라섰다. 3위에 복귀한 지 11일 만이고, 또 공동 2위에 오른 지는 5일 만이다.

이날 밤 SK의 가장 잘 익은 부위는 선발 투수 김원형이었다. 김원형은 7과 3분의 2이닝 동안 3피안타.1실점(자책점 0)으로 LG 타선을 잠재우고 11승째(7패)를 챙겼다. 이로써 자신의 최다승인 12승(1998년)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8회 2사에 마운드에서 내려온 김원형은 2.3.4.7회, 4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아내는 뛰어난 피칭을 했다. 김원형의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139km로 그다지 빠르지는 않았지만 제구력이 좋았다. 김원형의 손끝을 떠난 볼은 사각형의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를 골라가며 찔러댔다. 늦게 떨어지는 커브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도 일품이었다.

SK 이진영의 연타석 홈런도 빛났다. 이진영은 팀이 2-1로 앞선 6회 말에 1점 홈런을 쏘아올린 데 이어 다음 타석인 8회 말 또다시 1점 홈런을 때려 팀 승리를 굳혔다.

롯데는 사직 홈경기에서 이상목-이명우-이정민의 이어 던지기로 기아를 2-1로 물리쳐 3연승을 달렸다.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꿈이 아른거렸던 롯데는 4위 한화가 3연패에 빠진 틈을 타 승차를 4.5게임 차로 줄여 놓고 가을잔치를 향한 희망을 되찾았다.

현대는 특급 외국인 투수 캘러웨이가 7이닝 동안 8피안타를 허용했지만 노련한 위기 관리로 3실점(2자책점)으로 막아내 승리했다. 캘러웨이는 롯데 손민한과 팀 동료 황두성에 이어 전구단 상대 승리를 기록했다.

대전 한화-삼성전은 비로 순연됐다.

성백유 기자, 문학=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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