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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In&Out 레저] 앙코르, 밀림 속 신들의 안식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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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열대 우림 속의 작은 우주. 찬란한 역사를 가진 신들의 정원. 그 어떤 표현으로도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을 설명하기 어렵다.

현대기술로도 풀기 힘든 건축 양식. 수백년간 잊혀졌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고대 도시. 앙코르 유적은 오늘도 끊임없이 잦아드는 관광객의 발길을 무심코 지켜보고 있다.

앙코르는 9~15세기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강성했던 크메르 제국의 수도였다. 12~13세기 황금기 때는 앙코르 주민이 100만 명에 이르렀단다. 조선 세종 때 수도 한양의 인구가 10만 명 정도였다 하니 크메르 제국의 성대함을 짐작할 수 있다. 앙코르 유적은 크메르 왕국 중에서 앙코르 왕조의 흔적을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앙코르와트(와트는 태국어로 사원)는 앙코르 유적 가운데 하나다. 산스크리트로 나라 또는 도읍을 뜻하는 '나가라'가 캄보디아 사투리로 '노코르(Nokhor)'로 바뀌었다가 다시 앙코르가 됐다.

'거대한 도시'라는 뜻의 앙코르톰. 앙코르 유적이 있는 시엠립의 1000여 개 유적지 가운데 앙코르와트와 함께 최고로 꼽힌다. 캄보디아에서 불교도로는 처음 왕위에 오른 자이야바르만 7세가 1219년 40여 년 공사 끝에 완공했다. 성벽 바깥쪽은 113m의 거대한 해자(垓子.방어용 연못)로 둘러싸여 있다. 해자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남문을 통과하자 신들의 안식처가 펼쳐진다. 앙코르톰 중심의 바이욘 사원에선 4각형 돌탑의 네 면에 새겨진 관음보살이 '크메르의 미소'를 띠고 있다. 수백m에 이르는 회랑 벽면에는 당시의 생활상과 위대한 왕의 전투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사원 곳곳에선 구걸하거나 물건 파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오랜 내전 뒤 남은 모습은 가난뿐이었다. 전국민의 37%가 하루 1달러도 벌지 못한다고 하니 현재 생활수준을 짐작케 한다.

앙코르톰 동쪽의 타푸롬 사원(왕의 수도원)은 복원이 어려워 발견 당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1861년 프랑스 탐험가 앙리 무어가 발견한 뒤 "앙코르 유적은 거대한 나무뿌리로 덮여 있다"고 말 할 정도로 케이폭(열대 무화과 일종) 나무가 사원 곳곳을 덮고 있다. 영화 '툼레이더'(2001년)의 여주인공 라라 크로포트(안젤리나 졸리)가 사원에서 빠져나오는 장면을 촬영한 장소로 유명하다.

1992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앙코르와트는 앙코르의 석조물 중 규모나 미적 가치에서 가장 뛰어나다. 12세기 초반 수리야바르만 2세(1113~1152년)에 의해 37년에 걸쳐 세워졌다. 사원의 회랑 벽면에는 춤추는 '압살라(힌두교의 무희)'들이 새겨져 있다. 1750명에 이르는 압살라들은 표정이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압살라 복장의 특징은 상의를 입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원 중앙부에 오르는 계단은 경사가 70도에 이른다. 양손을 쓰지 않고는 도저히 오를 수 없다.

"왜 이렇게 가파른 계단을 만들었을까"하는 질문에 현지 가이드는 "힘들이지 않고 천상 세계에 오를 수 있느냐"고 우문현답한다.

캄보디아=김방현 기자

*** 여행정보

직항은 아니지만 말레이시아 항공(malaysia-airlines.co.kr)을 이용하면 2개국을 관광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말레이시아 항공은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시엠립으로 향한다.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에는 유럽풍의 야외카페가 즐비하다. 귀국시 다시 쿠알라룸푸르에 들러 시내관광을 할 정도의 여유가 있다. 인천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항공편(6시간30분 소요)이 매일 뜬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시엠립행 항공편(2시간 소요)은 월.목.토요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출발한다. 02-753-6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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