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스트레스, 전업주부가 더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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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업주부 문모(35·서울 서초구)씨는 21개월 된 아이를 키운다. 아이를 낳은 뒤 일을 그만뒀다. 친정과 시댁이 모두 지방이라 아이를 맡아줄 데가 마땅치 않아서다. 입주 도우미를 구할 수도 있었지만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직접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문씨는 요즘 들어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우울한 감정이 커지는 걸 느낀다. 그는 “아이와 함께 하는 건 좋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들에 비해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며 “내년에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 다시 일자리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업주부와 워킹맘 중 누가 양육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을까. 일과 가정에서 1인2역을 하는 워킹맘의 스트레스가 클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통념을 뒤집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동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첫 자녀 출산 후 취업모와 전업모의 양육스트레스 변화’ 논문이다. 이에 따르면 전업주부가 워킹맘보다 양육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2008~2010년까지 한국아동패널연구 자료를 활용해 첫 자녀 출산 후 3년간 총 606명(전업주부 435명·워킹맘 171명)의 양육 스트레스 수준을 비교 분석했다.그 결과 전업주부의 양육 스트레스 계수(5점 만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스트레스 많음)는 2.71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워킹맘은 그보다 낮은 2.61점이었다. 논문 책임저자인 송영주 계명문화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워킹맘은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적어 주로 정서적 유대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집밖에서의 활동이 양육 스트레스를 상쇄시킨다”며 “전업주부는 아이를 키우면서 노후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고민거리가 더 많아지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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