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업 이끌 핵심 … 그룹의 미래 먹거리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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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번 LG그룹 인사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조준호(55) 사장이다. 2008년부터 LG그룹의 지주사인 ㈜LG를 이끌어온 조 사장은 이번 인사로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룹 전체의 전략을 총괄하고 차세대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자리에서, 특정 부문인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야전 사단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그룹 지주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계열사의 부문 책임자로 옮긴 것이 좌천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내용은 정반대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MC본부는 LG그룹의 대표기업인 LG전자의 핵심사업이다. 부문별 매출로는 TV보다 뒤지지만, 2010년 이후 적자상태에 허덕이던 휴대전화 사업은 올 2분기를 고비로 흑자로 돌아섰다. 3분기에는 매출 4조2470억원, 영업이익 1674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3분기 LG전자 북미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역대 최고인 16.3%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MC부문은 스마트폰 외에도 스마트시계와 태블릿PC 등 LG전자의 다음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조 사장의 어깨는 그룹 계열사 어느 사장보다 무거워 보인다. 재계의 한 임원은 조 사장 인사에 대해“지주사에서 짰던 핵심 미래 전략을 직접 구현해 그룹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하라는 미션을 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 사장은 큰 그림을 그려온 전략통이지만, 휴대전화 사업 경험도 풍부하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LG전자 정보통신사업부문 전략담당과 북미사업부장을 지냈다. 피처폰 시절이던 당시 LG전자 휴대폰이 북미에서 선전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사장은 휘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에서 마케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LG전자 해외영업부문으로 입사한 조 사장은 2009년 50세 나이로 LG그룹 최연소 사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복심’으로도 꼽힌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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