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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해킹SW로 엿보기 해보니 … 은밀한 사적 대화 그대로 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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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얼마나 손쉽게 도청(盜聽).도시(盜視)를 할 수 있을까. 직접 실험을 해봤다. 일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인터넷 '메신저'는 간단한 해킹 프로그램으로 은밀한 대화 내용까지 샅샅이 훔쳐볼 수 있었다. 가정용 무선전화나 경찰 무전 내용은 100여만원짜리 장비 하나면 엿듣는 게 가능했다.

▶ 메신저를 이용한 대화 내용(左)이 다른 컴퓨터에 설치된 해킹 프로그램에 뜨고 있다.

◆ 10분이면 가능한 메신저 해킹="어제 여자친구는 잘 만났어?" "응, 잘 만났어. 목요일에 점심이나 같이할까."

실험 대상으로 삼은 동료가 MSN 메신저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내용이 컴퓨터 모니터에 속속 올랐다. 메신저 엿보기 프로그램을 기자의 컴퓨터에 설치하자 곧바로 벌어진 일이다.

사용된 프로그램은 '엠에스엔 스니퍼(MSN SNIFFER)'. 포털 사이트에서 이 프로그램을 검색하자 이를 내려받을 수 있는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 수십 개가 떴고, 안내문을 따라 일곱 차례 클릭을 하자 설치가 완료됐다.

소요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시작' 버튼을 누르면 사내 통신망을 통한 메신저 이용자들의 대화를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대화 내용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e-메일 주소도 파악이 가능했다.

메신저 대화가 노출되는 것은 근거리통신망(LAN)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에 통신 정보가 동시에 전달되는 기술적 특성 때문이다.

통신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의 관계자는 "같은 LAN을 사용하는 경우 MSN 메신저 외에 데이터의 암호화가 안 된 다른 메신저들도 간단하게 도청할 수 있다"며 "e-메일 엿보기도 유사한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 MSN' 관계자는 "메신저 내용이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커져 통신 내용을 암호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도청 탐지기에 경찰 무전, 무선전화 '줄줄'= 10일 오후 서울 역삼역 부근. 도청 전파 유무를 확인하던 한 보안업체의 '광대역 수신기'에 경찰의 음어가 들려왔다. 경찰 무전 내용이 잡힌 것이다.

광대역 수신기란 원하는 주파수 대역을 검색해 어떤 신호가 있는지 알 수 있는 기기. 도청기에서 보내는 무선 전파를 잡을 수 있어 보안업체로서는 필수적인 장비지만 경찰 무전을 도청할 수도 있다.

이날 사용된 장비는 100여만원대의 휴대용 기기. 저가형 장비지만 지향성 안테나를 장착하면 전파가 오는 방향까지 감지할 수 있는 성능을 지녔다. 20여 분 동안 사용 방법을 배우면 누구나 혼자 작동할 수 있을 만큼 사용법이 간단하다.

아파트 단지 곁에서 주파수 대역을 바꾸자 "아이 성적이 떨어져서 고민이다"라는 아주머니의 푸념이 들려왔다. 가정용 무선전화의 내용이었다.

이런 '위력'을 지녔지만 광대역 수신기는 일반 라디오처럼 전파 수신기로 분류돼 있어 판매.유통에 제한이 전혀 없다.

천인성 기자
김민섭(연세대 사회계열 1년) 인턴 기자

*** 바로잡습니다

8월 11일자 11면 '메신저 해킹S/W로 엿보기 해보니…' 기사 중 해킹 프로그램인 'SNIFFER'의 발음은 '스나이퍼'가 아니라 '스니퍼'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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