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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황금알 놓칠 순 없다" 미국도 줄기세포 연구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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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 황우석 박사팀의 줄기세포 연구에 자극받아 미국의 주(州)정부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연구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40여 개 주정부들은 "21세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줄기세포 관련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며 생명공학 연구 지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은 중서부에 있는 미주리주다. 생명공학 기업인 스토우어 인스티튜트 메디칼 리서치(SIMR)사는 이미 3억 달러를 투자해 연구소를 설립하고 미국과 중국.아르헨티나에서 200여 명의 연구인력을 끌어모았다. 이곳은 정치적으로 공화당에 속하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줄기세포 연구에 팔을 걷은 것은 생명공학 관련 기업들의 요구 때문이다.

미주리주는 1990년대에 첨단산업 유치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165개의 생명공학 관련 기업에서 2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21세기의 핵심 분야인 줄기세포 연구를 포기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SIMR사의 윌리엄 네브스 회장은 "줄기세포 연구를 못할 경우 눈뜨고 막대한 돈.시장과 연구인력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주리주 말고도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는 주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리노이주의 로드 블레이고예비치 주지사는 지난달 줄기세포 연구에 1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저지.코네티컷주도 연구 지원 의사를 밝혔다. 뉴욕에서는 민간재단이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3개 연구소에 50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반면 캘리포니아주는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향후 10년간 30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반대파들의 압력에 밀려 예산안이 주 의회에 계류된 상태다.

부시 행정부 안에서 줄기세포 연구 제한을 완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찬성하는 전문가와 기업들은 현재 '생명공학을 위한 모임'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의회 로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미 의회에는 민주당의 톰 하킨(아이오와) 의원과 공화당의 앨런 스팩터(펜실베이니아) 의원이 공동 발의한 줄기세포 연구 제한 완화 법안이 상정돼 있는 상태다.

미 언론들은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 결과를 보도하면서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내 340여 개 신문이 공동 발행하는 주말 부록판 '퍼레이드'는 지난달 10일 한국.이스라엘.영국 등의 줄기세포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전 세계의 줄기세포 연구 경쟁 대열에서 뒤처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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