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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이야기들《3520》<제78화> YWCA 60년(76)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은행의 남녀차별
75년은 유엔에서 제정한 세계여생의 해로 세계 YWCA도 이에 따라 프로그램을 전개했다. 따라서 한국도 이에 준해 프로그램의 방향을 여성의 권리를 추구해 보려는 노력으로 돌렸다.
그 첫 사업으로 은행에서의 남녀행원에 대한 차별대우 문제를 다루었다.
연합회는 몇개월에 걸쳐 각 은행의 봉급표와 승진에 대한 기준등을 조사하고 정보 수집을 하여 봉급기준을 비롯, 남녀행원 사이에 확실히 차이가 있음을 밝혔고 이에 대한 시정을 해줄것을 국회와 정부에 건의했다.
이 연구및 자료수집에서 밝혀진 것은 다음과 같다.
1, 남녀 행원은 호봉이 각각 분리되어 제정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여행원의 호봉제도 또는 규정이 현격하게 낮게 책정되어 있다.
2, 봉급의 기준액에 있어 똑같이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6천원의 차이가 있었다.
3, 정기 승급액에 있어서도 남자의 경우 1호봉의 승진에 1천5백원인데 비해 여자의 경우 10년동안 해마다 1천원씩 밖에는 인상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4, 직책수당에 있어서도 남자는 7년동안 2만원인대 여자는 10년동안 1만5백원밖에 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동일노동일임금」이라는 법이 엄연히 있는데도 이러한 차별은 공공연히 실시되고 있었다.
5, 승진의 기회에 있어서도 5급의 경우 남자 고등학교 졸업자는 7년 근속자에게 5급 승진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여자의 경우는 학력에 관계없이-다시말해 고등학교 졸업자이건 대학 졸업자이건 관계없이 l10년 근속을 해야 5급 승진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6, 책임자 고시 응시자격도 남자대학졸업자는 5년, 남자고등학교 졸업자는 10년의 근속을 요하고, 여자는 여기서도 학력의 구별없이 13년 근속해야 한다.
이상의 여섯가지 사항에 있어 지위와 봉급에 똑같이 모두 차별을 두고 있었고, 특히 여행원들이 시정을 요구한 것은 여자는 결혼하면 자진 사퇴를 해야하며 결혼을 않아도 30세가 되면 사퇴를 해야하는 조항 아닌 조항이었다.
애당초 채용될때 입사서류에 『결혼하게 되면 사직하겠읍니다』 라는 서약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대게 여성은 결혼하면 가정 형편상 살림을 해야하니까 으레 못하게 될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러고 취직한것만 좋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날인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일단입사가 허용된 사람들에게 여성이라 해서 그런 서약을 하게 안다는 것은 인권유린임에 틀림 없었다.
또 나이를 30으로 제한한다는 것도 차별에 앞서 역시 정당한 사람대접을 안하겠다는 말이 된다. 이런 부당한 입행조건에 대해 그들 자신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구비서류중에 각서가 끼어 있음은 물론이고 처음부터 평가절하의 대우로 시작되지만 불만을 표시하는 여자는 아주 적다.
우선 취직이 된것만 좋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이 하찮은 조그마한 것으로 만들어 놓은 제도가 지금의 여행원의 상을 어떻게 만들어 놓았나 냉철히 생각해 보고… 우리 여자들의 노력과 함께 건전한 의식구조가 무척이나 중요한 근본문제라는 것을 제언한다.』
이렇게 여성들이 은행에 취직하려면 모욕적인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황에 대해 한국 YWCA는 이를 제도상으로 시정해줄 것을 요구한 건의서를 76년9월 국회와 정부에 보냈었다.
이 건의와 함께 당사자들인 여행원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조건의대부분이 관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몇가지 봉급과 승진에 있어서 완전히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있다.
81년 l2월 조흥은행에서 여성에게 행정책임의 자리를 주는데 테이프를 끊음으로써 여행원에 대한 차별대우가 상당히 시정되었음을 시사해주었다. 그 영예의 첫 자리를 얻은이는 반포남예금취급소장 장도송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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