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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기름장사가 역시 짭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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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달러박스」도 세월에 따라 달라진다.
60년대만 해도 합판이나 무역이, 70년대엔 석유·건설이 한몫 잡더니 이젠 에너지와 금융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정유가 상위랭킹으로 올라간 것은 세계적인 현상.
기름값의 대폭 상승으로 외형이 크게 늘어나고 오일쇼크 속에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있다.
정유회사들이 수지가 안맞느니 하고 엄살을 부려도 여전히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하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정유회사라도 「새옹지마」의 케이스가 있다.
즉 종래 기름이 모자랄땐 시설이 크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던 호남정유가 크게 좋았으나 이젠 그것이 오히려 불리하게 되었다.
경인에너지는 원유의 장기공급선이 없어 오일쇼크에는 무척 고전했으나 이젠 싼 기름을 아무데서나 사올수 있어 원유가 싸게 먹힌다.
또 기름소비가 줄어 시설이 작을수록 좋다. 가동률이 높기 때문이다. 경인에너지의 외형은 유공의 5분의1밖에 안되지만 이익은 오히려 유공보다 많이 냈다.
경인에너지는 69년부터 80년까지 줄곧 적자를 못면했으나 발전사업으로 생긴 이익과 원유도입 비용을 줄여나감으로써 오랜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시설확충도 서두르지 않았기 때문에 공장 가동율도 73%이상을 넘어 알찬 경영이 가능했다.
이에따라 외형에 대한 이익률은 80년의 1%에서 작년에는 6·4%로 껑충 뛰었다.
이와 반대로 유공의 이익률은 3·6%에서 1·2%로 뚝 떨어졌다. 휘발유소비 감소에다 가동률저하가 겹쳤다.
우리나라 최대의 경유시설을 갖춘 호유는 값비싼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의 재고누적과 낮은 가동률로 경영이 악화되었다.
이익에 대한 세부담률은 유공이 39·6%로 제일 높다.
○…지금은 저금리로 은행이 몸살을 앓고있지만 작년에는 17∼20%의 고금리로 짭짤한 재미를 보아 금융기관 대부분이 고액납세 상위그룹에 진을 치고있다.
한일은행이나 서울신탁은행·조흥은행 등은 외형(이자수입과 환전 수수료 및 부대사업금액 등)에 대한 소득률이 4%를 약간 웃돌고 있으나 투자신탁회사들은 모두 44·7%를 기록, 크게 재미를 보았다. 기업자금난에 겹친 고금리현상을 돈벌이로 잘 이용한 것이다. 78, 79년만해도 제2금융권은 법인세 고액납세자 20위권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다.
특히 단자회사나 상호신용금고의 부상이 두드려진데 이들은 문을 연지 10년도 안돼 쟁쟁한 명문기업들을 물리치고 상위랭킹으로 올라섰다. 이 때문에 한때 상호신용금고의 프리미엄이 10억원을 넘기도 했다.
돈장사는 긴축정책을 쓸수록 잘된다. 작년의 심한 긴축속에서 특히 단대·신탁금융회사들이 얼마나 재미를 보았는지 잘 드러나고 있다.
○…외형에 비해 실제 소득비율이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있는 업종은 건설업.
삼환기업의 경우 80년 12·1%에서 작년에는 1·9%로, 현대건설은 1·2%에서 0·3%로 주저앉았다. 다른 건설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듬뿍듬뿍 달러를 벌어들이던 중동 건설시장의 퇴조 때문이다. 저유가로 오일달러가 줄자 산유국들도 매우 짜졌다. 입찰조건이나 가격이 매우 까다로와져 이제 중동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중동건설의 상징인 현대건설의 퇴조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는데 현대건설은 78년만 해도 74억원의 세금을 내어 수위였다.
그러나 작년엔 16억원밖에 못내어 대구은행보다 적다.
건설회사로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 (주)신성만이 그런대로 재미를 봐 작년 법인세 납부액이 현대건설 다음으로 많다. 신성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러곳에서 정부청사를 건설하는데 참여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이번 고액납세자 명단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78∼79년에는 삼성전자와 대한전선 등이 20위안에 끼었으나 수출 및 국내수요 감소로 적자를 면치 못한 탓이다.
성장산업으로 지목되고 있는 금성통신은 시장독점에 여세를 몰아 l7위로 성큼 올라섰다.
중공업붐과 함께 현대·새한 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은 76년 이후 3년동안 줄곧 상위랭킹에 머물렀으나 80년과 작년에는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단지 현대중공업만이 작년에 53위로 모습을 나타냄으로써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반짝한 조선경기에 힘입은 것이다.
작년 세계경기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조선과 플랜트 부문의 수주량이 크게 늘어났고 타인자본비율이 l백80%로 매우 낮음에 따라 가격 등에서의 경쟁요건이 강화되었다.
동양폴리에스터와 선경합직은 작년에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폴리에스터 원사와 원면의 특수에 힘입어 매출액이 급격히 늘어나 1백위권에 들어갔다.
비료업계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복합비료를 생산하고 있는 진해화학이 26위로 부상한 것은 작년 상반기 국제가격의 오름세를 틈타 수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서울 유명백화점의 작년의형거래액 규모를 보면 롯데가 5백83억원, 미도파가 3백83억원. 그러나 신고된 소득이나 납세액은 미도파가 더 많다.

<최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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