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백의민족 말살 정책 "흰 옷 벗고 색깔 옷 입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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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조직적으로 한민족이 흰 옷을 입지 못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사진이 공개됐다. 색깔 있는 옷 입기를 강요해 백의민족의 정기를 말살하는 정책이 사진으로 보여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연구가 정성길(65)씨는 "1932년 무렵 부산 동래 지역에서 '흰 옷을 벗고 색깔 있는 옷을 입자'는 구호가 선명한 캠페인 사진을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사진은 일인들과 친일파, 동원된 학생 등으로 보이는 수십 명이 캠페인 구호인 '백의퇴산(白衣退散)' '색복장려(色服奬勵)(흰 옷을 물리치고 색깔 있는 옷을 입도록 장려하자)'라고 쓴 글을 앞세우고 기념촬영한 모습이다.

20여년간 구한말의 한국과 한국인 사진을 수집해 '사진으로 본 한국 100년사'란 책을 펴낸 정씨는 "여러 정황과 증언을 종합한 결과 이 사진은 일제가 때가 잘 묻는 흰 옷의 폐단 등을 내세워 백의민족의 상징인 흰 옷 대신 색깔 있는 옷을 입도록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7~8년 전쯤 일본 나고야의 고서점에서 한국 관련 사진이 많이 실려 있는 '산업장려'란 책에서 이 사진과 함께 200여 장을 촬영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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