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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급32위로 떨어져|「신용공황」시대…"각국별 위험도"가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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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신성순특파원】국제적 신용불안의 확산과 정치적 분쟁 등으로 나라별 신용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 등을 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는 국별 컨트리 리스크(Country risk=어느 나라가 얼마큼 위험한가하는 것)는 최근 경제가 다소 나아진 터키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나빠졌다. 터키만이 작년의 E급에서 D급으로 올라갔을 뿐 콜롬비아·동독(B→C), 아르헨티나·에콰도르(C→D), 코스타리카·과테말라·온두라스·시리아(D→E)등은 모두 한급씩 떨어졌다. 신용도가 전반적으로 나빠진 것이다.
일본 공사채 연구소가 최근 세계 1백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컨트리 리스크를 보면 외환 부도상태에 있는 멕시코·폴란드·아르헨티나를 비롯하여 이란·이라크 등 산유국, 나이지리아· 필리핀 등 개도국과 캐나다·덴마크 등 선진국까지 크게 떨어졌다.
기름이 안 나는 개발도상국과 역오일스크에 허덕이는 산유국의 신용이 크게 저락한 것이다.
가장 믿음직한 A급은 서독·네덜란드·스위스 등 14개국이며 소련·이탈리아·스페인·인도네시아·홍콩·대만 등 17개국이 B급, 한국을 필두로 한 30개 나라가 투자대상으로서 그런 대로 괜찮은 C급으로 분류되었다. 한국은 C급에선 수위이고 케냐는 최하위다.
이밖에 이집트 등 19개국은 D급, 시리아·북한 등 20개국이 가장 낮은 E급에다 특히 북한은 볼리비아 등 다른 8개 나라와 함께 92위를 마크, E급에서도 맨 꼴찌에 속하고 있다.
선진공업국들은 이탈리아와 핀란드(각각 B등급)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A급. 그러나 덴마크·스웨덴·캐나다는 A급이라 해도 최하위그룹이다.
덴마크는 1차 오일쇼크 후 경제구조 개선에 실패했고 캐나다는 석유대체에너지 관련산업이 요즘의 역오일쇼크로 부진해진 탓.
아시아쪽의 평가는 상당히 안정되었다. 태국과 버마쪽이 나아진 대신 필리핀은 크게 떨어졌다. 태국과 버마는 정권안정이 큰 역할을 했다. 필리핀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따른 정치·사회적 불안 때문
한 등급 안에서의 자리바꿈 정도가 아니라 등급이 아예 떨어진 10나라 중 6나라가 중남미에 몰려있다. 전쟁위험이 높은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외환악화 및 인플레 등으로 시달리는 콜롬비아·에콰도르·코스타리카, 여기에 포클랜드 후유증까지 겹친 아르헨티나가 모두 신용이 떨어졌다.
멕시코·베네쉘라 등 산유국들도 등급은 그대로지만 성적은 좋지 않다. 특히 멕시코는 이번 조사가 공식적인 채무상환 연기이전에 시행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순위는 더욱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지역도 최근 채무상환 연기가 잇달아 터지는 등 외환사정이 말이 아니다. 주요외화 가득원인 원자재가격이 떨어졌고 선진국으로부터의 원조도 점점 줄고 있다. 짐바브웨가 C에서 D급으로 내려갔고 나이지리아·남아공 등의 평점도 낮아졌다.
이란·이라크전쟁, 이스라엘의 레바논침공 등 컨트리 리스크를 높이는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는 중간쪽도 불안하다.
민족적·종교적 분쟁으로 바람잘 날이 없는 상태에서 부근의 다른 나라까지도 위태위태하다. 레바논분쟁에 깊이 말려든 시리아가 D에서 E급으로 떨어졌고, 바레인·카타르·요르단·쿠웨이트 등 인접국가의 평가도 덩달아 내려가고 있다.
컨트리 리스크면에서는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동구권도 악화일로. 경제사정의 악화로 파산상태에 이른 폴란드는 E그룹 중에서 하위권인 89위에 머물고있고 최근 서방측 민간은행에 상환연기를 요청한 루마니아도 E그룹으로 밀려났다. 이러한 현상은 동구권 전역에 확대돼 동독은 B에서 C급으로 아예 한단계 내려앉았고 체코나 헝가리도 순위가 떨어졌다.
한국은 랭킹32위(C급)로 북한(92위)보다 압도적으로 높으나 경쟁국인 싱가포르(9위) 홍콩(17위) 대만(23위)보다는 크게 처졌다. 아시아의 모범개도국으로 촉망받던 4나라 중 한국이 가장 떨어진 것이다.
한국에 대한 투자를 결정짓는 주요요인의 하나인 경제·정치·외교정책 등의 계속성에 대한 신뢰도는 금년2월의 7·6에서 7월엔 7·3으로 낮아졌다.
최근 잇달아 발표된 굵직굵직한 경제조치들이 외국투자가의 눈에는 불안하게 보인 것 같다.
이에 비해 대만은 7·5에서 7·7로, 홍콩은 7·8에서 8·2로 각각 높아졌으며 싱가포르는 9·1에서 9·2로 올라서 스위스에 이어 두번째 자리를 고수하고있다. 그만큼 정책에 안정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가들은 앞으로 우리 정부가 평가절하 등의 외환정책이나 차등세 부과 등 세제, 자국산업보호 같은 산업정책 등 그들이 물리한 쪽으로 정책변경을 하지 않을까 몹시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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