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옷·자기 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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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기난 한달동안 몇 개의 종교관계 국제회의가 서울에서 있었다. 아마도 8·15해방후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나라에서 그렇게 많은 지도자들이 한국에와서 그렇게도 중요한 문제들에 대하여 그같이 진지하게 논의한 일도 없었을 것 같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탈서구화(De- Westernization)』논쟁에 관한 일이다. 도하 신문들이 종교계의 탈서구화운동을 모두 크게 다루었다.
지난 20년동안 기독교 신학운동중에는 여러가지 운동들이 있었다. 「볼트만」의 비신학화운동을 비롯한 신학의「토착화운동」 과 「세속화, 인간화운동」 등에서부터 최근의 현실상황 신학화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게 발전돼왔다.
나는 이같은 신학운동등에 앞서 한국 기독교가 시급히 해야할 작업은 기독교 그 자체에서 지난2천년동안 입어온 서구문화의 옷들을 벗겨서 서구문화와 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진정한 기독교자체에 대한 이해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탈서구!」기독교에서 근대서구문화의 옷을 벗기면 무엇이 드러날까?
기독교가 헬라와 비잔틴과 라틴문화의 옷을 번갈아 입는 동안 그것이 서구문화의 옷을 두텁게 껴입은 서구 종교로 뿌리를 내렸다면, 그 문화의 옷들을 벗지 않고는 그들과 선교가 서구팽창주의의 하나로 비서구세계에 그릇 전달될 우려가 많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크게 통탄할 일이 아닐수 없다.
「탈서구화」 가 곧 「반서구」 로 인식되는 것 역시 잘못이다. 그것은 우선 정신적·심리적·문화적·양식적·제도적·구조적·의식적 자의식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새로운 「용어」를 한국기독교계가 소화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상담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원래 모든 종교의 본향은 서양이 아니라 동양이었다. 현대에 남아있는 경전종교중 서양에서 발생한것이 없다. 기독교만이 유독 동양에서 발생하여 서양쪽으로 돌아갔었다. 만약 기독교가 반대로 서부 아세아에서 동쪽으로 돌아 동북아세아의 문화를 거쳐서 유럽으로 역행하었다면 오늘의 기독교의 모습은 어떻게, 되었을까.
서구의 역사만이 아니라 동양의 역사부터가 크게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고 기독교의 모습 그 자체도 오늘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이다.
비서구세계가 가지고 있는 기독교의 각종 교파라는 것이 알고 보면 서구의 국가주의·민족주의의 옷을입은 갖가지 기독교의 모습중의 하나가 아닌가.
일부 교회의 저도자들이 남의 옷을 입고 남의 장단에 맞추어 남의 일꾼 노릇을 하기위해 자기 할 일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도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조동진(목사)

<약력>▲l924년 평북용천출생▲장노사신학대졸▲동서선교연구개발원장▲현 아시아선교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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