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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나와야 고승" 관념은 잘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고승과 사리-. 사리가 많이 나와야 고승이고 수행높은 신사라는식의 비례인식은 속신에 불과하지만 얼마전 입적한 포도사 경봉선사의 사리 「전무」 는 불가본래의 뿌리깊은 사리신앙과 선사를 흠모하는 많은 불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겨준채 화제가 되고있다.
끝내 한과의 사리도 남기지 않은 한국불교 비맥의 우묵한 거봉이었던 경봉선사의 입적은 통래적인 다곤 (7월21일) 후의 사리 수습,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고 표재 (9월3일)때의 발표로 머루어지민서 기대를 모았으나 문도들에의해 전무임이 공개 확인됐다. 49재봉행과 함께[ 포도사측이 확인한 이같은 소식은 선사의 다곤에 운집했던 20만불자는 물론 온 불교 집안에 또한번의 안타까우 (?) 을 안겨주었다.
선사의 다비결과는 사리비슷한 5개의 유골등을 문도들이 부도건립용으로 보관했고 나머지 유골은 쇄골, 불교의식에 따라 산속에 뿌렸다는 것-.
원래 사리신앙은 부처님 열반후부터 법신체로 받들며 계속돼 왔고 수량이 부족해지면서 서로 모시려는 「사리전쟁」까지 야기시켰다. 또 일종의 승려무덤인 조사들의 사리를 모시는 부도나 석탐건립은 훌륭한 석조예술을 창조캐했고 부처님 사리의 절대부족으로 새롭게 개발된 불상신앙은 불당건축등의 목조건축 애술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8곡4두가 나왔다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신앙의 대상으로 했던 불가의 관행이 곧 열반후의 사리다과가 고승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처람 아무 근거도 없이 잘못 인식돼왔다.
오히려 역대 고승들은 다곤후의 사리수습을 금하는 유훈을 남겼고 수행 돈독한 조식들에게서도 사리가 나오지 않은 예가 더 많다.
한국불교에서도 조선조 서산대사의 사리정도가 유명할뿐 근세의 고승으로 손꼽히는 포공·용성선사들도 사리가 없었다. 근래의 예로는 전철·은허스님등이 입적전 문도들에게 사리수습의 절대 금지를 당부, 유훈대로 실천됐다.
『금강삼매경』은 사리란 인천의 의대 응공의 복전이라고 밝혀 놓았고 불가에서는 흔히 사리를 계·정·혜 삼학의 정수를 통해 얻어지는 오도의 결정체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사리로 번역된 범어의 「Saria」는 본래 신골·역골·유신등의 의미를 가진 하나의 뼈에 불과한 것으로 중국에서는 「설리나」 「실리나」라고 불렀다. 초기불교에서는 승려의 주검이나 신골을 모두 송이라했고 후세에와서 다버후 구슬모양으로 응결돼 남은것만을 사리라했다.
사리의 종류는 전신사리(다리불같은 전신의 사리화), 쇄신사리(석가모니 몸에서 나온 낱알), 생신사리 (석가여래사리를 인천이 공양하는것), 법신사리 (대·소승의 일체 경전)등으로 분류한다. 또 신체부분의 이름을 따라 기사리(두개골), 골사리, 치사리, 기사리등 10여종류로 나누기도한다.
가장 고귀하게 여기는 기사리가 나온 한국불교의 대표적 승려로는 서산대사가 손곱힌다.
사리와 갚은 관련을 갖는 열반은 일반적인 죽음을 미화시킨 불교용어지만 고승의 일반은 생사자유를 이룬 초월의 의미를 갖는다. 좌탈입망의 자유를 보여준 해탈경지의 조사들이 입적, 일반에서 남긴 극적인 일화도 많다.
혜월스님은 소나무가지를 잡은채 꼿꼿이서서 열반했고, 효봉스님은 앉은채로 입적해 관을 수직형으로 짰고, 몇해전 오낭산에서 입적한 40대수좌 분암스님은 한길이나 되는 한설속에 그대로 서서 입적했다.
옛 중국의 도한봉선사는 물구나무 (도화) 를 선채 입적한「열반미학」을 보여주기도했다.
옛 수행인들은 임종을 맞의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반석위나 또는 풀잎을 모아 깔고 앉은채 입적하는게 통례였다
어쨌든 많은 신도들의 추앙을 받던 큰스님들의 열반후에는 송이에 관심이 솔리는게 오늘의 불가풍습이다.
한국불교가 부처니 사리를 봉안한것은 신라때 자장율사가 용나라 지량산 문수보살상 앞에서 기도해 받은 것을 회보사찰 통도사에 모신게 처음이다. 자장이 모석온 사리가 봉안된 것으로 알려진 통도·상원·정암사등을 4대 적감보궁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유의할점은 기도의 영험을 통해 사리를 얻었다는 상징적 의미다.
송이가 안나오는것보다 나오는게 수행과 오도를 가름하는데 편리할지는 모르지만 이세상에 남기고간 법어와 사상이 수행인의 진정한 사리라고 볼때「사리친견법회」등을 이용한 상업성까지 번뜩이는 세태속의 사리신앙은 재음미해봐야할것 같다. <이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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