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과장표현 조잡한 영화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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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화광고의 질을 높이자는 얘기가 관계자들 사이에 오가고 있다. 영화의 수준이 향상됐고 사회전반의 모든 것이 변하고 세련된 지금에도 유독 영화광고만 구태의연하고 조잡해 어떤 변화를 가져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다.
그동안 영화광고에 대한 한번의 반성기회도 없었는데다 영화관에 관객이 워낙 들지 않자 우리의 영화광고는 마구잡이 우격다짐식 광고로 일관해 오고있다.
그러니 자연 도전적이고 원색적인 표현만이 강조되어 유머나 품위를 찾아 볼수가 없었다.
영화광고에 문제가 되고있는 것은 비단 이런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치출한 내용(표현) 과 과장·허위광고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영화에선 검열에 짤려 나오지도 않는 장면을 넣는다거나 실제 영화의 성격이나 내용과는 달리 지나치게 호기심만 강조하는 것들이 그런 종류의 광고들이다.
대학생 유대용군(21·연대 신방과)은『광고의 내용과 영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실망했다. 성적분위기에 호기심이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곡 그런것만을 강조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고 했다.
은행원 이경혜양(20)도 비슷한 생각. 『영화내용은 오히려 점잖은데 광고가 너무 요란해 지나치다는 생각과 광고가 관객들을 속이고 있다는 불쾌감을 가졌다』 고 말했다.
영화광고는 공륜에서 영화검열과 마찬가지로 광고심의를 받는다.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심의기준을 피해가고 있다.
한때는 영화광고를 책광고로 둔갑시켜 간접 선전을 하기도했다.
이것은 책광고는 사전심의가 없어 표현하고자하는 내용을 모두 담을수 있고, 영화광고에선 쓸수 없은 섹스란 단어를 쓸수있기 때문이다.
또 책광고는 영화광고에 비해 광고로가 60∼70%나 싸다.
그래서 영화사들은 비용도 적게 들면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책광고로 대신해서 영화광고를 즐겨 사용해 왔었다.
그러나 이 위장·편법광고는 최근 문공부에 의해 제재를 당해 함부로 쓸수 없게됐다.
영화광고에 있어서 문제는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기교수 (외국어대홍보과)는 『직설적인것만 강조하다 보니 허위·과장이 되고 이것이 관객들에게 불신을 얻게되며 결국 관객을 쫓는 결과를 가져온다』 고 지적했다. 김교수는『광고도 예술이라는 생각으로 표현과 레이아웃에 관심을 가켜야 할것』 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영화광고에 전문광고인의 참여가 없었던 것도 영화광고가 발전하지 못한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럽·미국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일본의 경우에도 영화포스터나 광고전문회사가 영화광고를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나라에선 영화포스터가 예술작품의 수준으로까지 올라 때대로 영화포스터의 전시회가 열리기도 한다.
일본에선 미국의 영화광고를 주문받아 수출하는 전문회사가 성업중이며 미국이나 유럽 각국에서 자사의 수준높은 포스터 전시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기도 한다. 외국의 영화광고는 언어보다는 영상을 중요시하며 표현도 간결하고 시적이며·유머가 넘친다. 그리고 대부분 권위있는 신문이나 영화평론가의 평을 실어 객관적인 평가를 중요시 한다.
최근들어 에로티시즘 붐과 함게 그 표현을 순화하고 보다 수준높은 영화광고를 만들때가 되었다는 것이 영화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생각들이다. <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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