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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에 특진은 과분…유혹 이겨내 기뻐|피의자 뇌물 뿌리친 김기학 경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찰관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1계급 특진의 영광을 차지해 너무 과분한 느낌입니다.』
형사피의자가족이 주는 2백50만원의 돈봉투를 뿌리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계소속 김기학 경장(43). 그는 2일 상오 시경 여러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해구 시경국장으로부터 경장계급 특진서를 받았다.
김 경장은 지난달 9일 하오1시30분쯤 서울 영등포동 4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김모씨(38·여)의 5돈쭝 금목걸이를 소매치기하던 최종문씨(30·전과3범)를 붙잡았다.
김 경장이 최씨의 사건조서를 꾸미고 있을 때 소매치기 최씨의 형 종만씨(38·고서화방 주인·서울 성수동 354의1)로부터 『D다방에서 잠깐 만나자』는 전화연락을 받았다.
다방에 나타난 형 최씨는 『동생을 잘 봐달라』며 현금 2백50만원이 든 돈봉투를 김 경장 앞으로 내밀었다.
『순간적으로 돈을 받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박봉으로 빠듯하게 살면서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는 아내와 자식들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리기도 하더군요….』
김 경장은 처음 최씨에게 『이러면 안 된다』고 타일렀으나 최씨가 『당신 혼자만 깨끗하면 무엇하느냐. 답답하게 살지 말라』고 해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 곧 이 사실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최씨를 뇌물공여혐의로 구속했다.
경기도 평택이 고향인 김 경장은 60년 경희대에 다니다가 부모가 1년 사이에 차례로 사망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66년7월 경찰에 투신했다.
김 경장은 지난해8월 폭력배 검거실적 1위로 대통령표창을 받은 것을 비롯, 지금까지 모두 26개의 상과 표창을 받았으나 16년동안 순경으로 묵묵히 일해왔다.
유도3단인 김 경장은 월20만원의 봉급으로 부인 한인숙씨(38)와 3남매를 두고 단란한 생활을 하고 있다. <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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