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 경제] 미국, 사막까지 투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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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도 '묻지마 땅 투기'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4일 LA타임스는 생물이라곤 방울뱀 몇 마리가 전부인 텍사스주 리오그란데 지방 사막 땅값이 최근 6개월간 12배 올랐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한 사업가가 에이커(약 1200평)당 65달러에 사들인 뒤 수천 개로 조각내 팔았고, 투자자들 간에 거래가 거듭되면서 에이커당 800달러까지 뛰었다는 것. 이런 땅을 매매하는 사람들은 현장에 가본 일이 없다고 LA 타임스는 보도했다. 인터넷에는 숲이 우거진 그럴 듯한 사진 아래 '실물과 관계없다'는 설명이 붙어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또 다른 투기지역인 텍사스주 밸런타인도 에이커당 30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이런 경우가 미국 내에 수십 곳이 넘는다. 도로도 없는 황무지에 소유자가 난립해 있으니 개발은 꿈도 꾸기 힘들다. 낮은 금리로 지난 4년간 미국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땅은 많이 가질수록 좋다. 언제나 오르니까'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면서 이런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남의 일 같지 않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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