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독립유공자 인정받은 김산의 아들 고영광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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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된 입장에서 아버님의 염원이 이뤄져 이제 한이 없다."

미국의 여류 작가 님 웨일스가 쓴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본명 장지락.1905~1938)의 유일한 혈육인 고영광(高永光.69)씨. 그는 3일 한국 정부가 부친을 독립 유공자로 정식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고씨는 아버지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후 중국인 어머니 자오야핑(趙亞平)이 고씨 성(姓)을 가진 중국인과 재혼하면서 성과 출신 민족이 바뀌었다.

고희를 눈 앞에 둔 그도 파란만장했던 부친과 자신의 생애를 회상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내 출생 내력을 알게 된 것은 1960년대 말 30세를 넘겨서였다"며 "내가 피해를 볼까봐 어머니가 사실을 숨겼었다"고 말했다. 김산은 1938년 옌안(延安)에서 트로츠키주의자와 일본 스파이로 몰려 처형당했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기간 중 혹독한 자아비판의 풍파 속에서 그의 모친은 이런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고씨는 한 살 때 아버지가 숨져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원이자 '대한 독립 운동가'인 김산의 핏줄임을 알게 된 고씨는 아버지의 명예 회복에 나섰다. 경제관료로 일했던 그는 1978년 공산당 중앙 조직부에 아버지의 명예회복 심사를 요청했고 6년 뒤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받았다. 그 뒤 고씨는 두 아들과 함께 출신 민족 기재란을 한족에서 조선족으로 바꿨다. 고씨의 부친을 향한 '사부곡(思父曲)'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부친이 한국 정부로부터 독립 유공자로 인정받도록 하는 데 마지막 인생을 걸었다.

고씨는 상무부의 전신인 대외무역경제합작부 과기국 부국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감했다. 그의 부인 왕위룽(王玉榮.62) 역시 국가항공국 위생처에서 일했다. 고씨 부부는 현재 베이징(北京)시 충원(崇文)구 광안먼(光安門)에 있는 난셴거(南線閣)아파트에 살고 있다. 매매가 가능한 중산층 아파트다.

고씨는 "한국에서 15일 거행될 독립유공자 표창식에 참석하기 위해 비자 신청을 해놓았다"며 활짝 웃었다. "기회가 되면 두 아들과 함께 한국어를 배우겠다"며 "한국이 하루 빨리 통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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