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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 피서로 "여름경기 시들"|인파 늘었지만 음식 싸 갖고와 매상 줄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의 피서지는 유례 없는 인파로 붐볐으나 눈에 띄게 늘어난 알뜰 피서와 불황여파로 대목을 노리던 상인들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여관 등 대부분의 여름 업소가 피서객들의 구두쇠 작전에 바가지 상혼으로 맞섰고 알뜰 피서가 지나간 바닷가 백사장과 꼴짜기마다 음식찌꺼기와 오물·쓰레기더미로 악취를 풍기고 있다.
특히 이름난 피서지로 꼽히고 있는 오대산의 소금강 구룡폭포부근과 설악산일대·
계곡은 먹다버린 음식찌꺼기와 쓰레기로 더럽혀지고 숲 속마다 텐트친 자리엔 송림을 해친 자국을 남기는 등 산과 바다를 망쳐 놓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알뜰 피서에 대비, 상·하수도시설과 화장실등 유원지 시설을 외국처럼 갖춰놓지 않은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알뜰 피서도 좋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피서경기>
해운대를 비롯, 광안리 송도 다대포 송정등 5대 해수욕장에 지난해(7백42만명)보다 65%(4백82만명)나 많은 l천2백4만 명의 피서객이 몰렸으나 알뜰 피서로 매기는 작년의 절반선에 머물렀다.
해운대에서 17년 동안 간이식당 비치파라솔 샤워장등 여름철장사를 해온 이경선씨(48)는 피서객들이 음료수 과자 돗자리까지 싸들고 오는 바람에 자릿세(3백60만원)도 건지지 못했으며 대부분의 장사꾼들도 지난해(평균1천만원)의 절반도 안되는 4백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렸다고 푸념했다.
설악산· 경포대·낙산등 동해안 35개 피서지에는 3백99만8천명의 피서객이 몰려 지난해 (3백79만7천명)보다 20여만명이 증가했으나「알뜰 피서작전」으로 이들이 뿌린 총 피서경비는 지난해 1백35억원(l인당3천5백원 수준)보다 겨우18·5%가 증가한 1백60억원(l인당 4천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피서객이 몰린 곳은 설악산으로 지난해 1백44만명에서 올해는 1백86만9천명으로 42만명이 증가했고 7윌 중순부터 설악산일대 호텔은 방 예약이 모두 끝났었다.
그러나 피서객들은 대부분 숙소는 관광호텔등을 이용하고 식사는 버너를 이용 직접 장만하거나 생선횟집 등에서 한 그릇에 5천∼6천원하는 매운탕을 시켜 한가족이 나눠 먹는 등 「알뜰 피서」를 해 호텔등의 레스토랑은 매상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
심지어 서울 등지에서 피서를 오면서 취사를 위해 풋고추· 호박등 야채까지 휴대용 아이스박스에 넣어 갖고 와 상인들이 재미를 보지 못했다.

<동해안>
지난 7월10일 개장이래 42일 동안 4백여만명의 피서인파가 휩쓸고 지나간 경포대·양평·연곡·주문진등 동해안 해수욕장의 입구 주변은 음식찌꺼기·깡통·깨진병 조각등과 각종 오물이 어지럽게 널려 악취를 풍기고 있다.
10만평 규모에 6km의 백사장을 자랑하는 경포해수욕장의 경우 11개의 공중변소가 있으나 수세식은 단 l곳 뿐이며 10개가 간이 변소여서 피서객들이 내쏟은 오물을 재때에 처리하지 못해 악취를 풍기고 곳곳의 백사장은 구정물등 생활폐수로 찌들고 있다.
백사장 오염의 주범은 17개의 샤워장중 15개의 임시 샤워장에서 내쏟는 비눗물과 허가장소 이외의 야영장 숙박객들이 마구 버린 쌀뜨물·음식찌꺼기, 백사장에 인접한 2백여개의 간이식당에서 마구 버린 생활폐수.
5년째 매년 여름이면 이곳을 찾는다는 민상식씨(44·서울강남구반포동)는 『날이 갈수록 심해 가는 피서지의 오염을 보면 이제는 무슨 대책이 있어야겠다』고 안타까와했다.
계곡오염의 대표적인 곳은 명승지1호인 국립공원 소금강지구.
청학동입구에서 구룡폭포에 이르는 3km의 계곡에는 피서객들이 마구 버린 음식찌꺼기 빈깡통· 비닐봉지등 각종 쓰레기는 물론 분뇨까지도 그대로 방치했다.
이곳 주민 최모씨 (48)는『비가 오면 개울물이 불어나면서 상류에 쌓여있던 오물들이 급류에 쓸려 하류로 내려와 청소작업에 온 마을이 골치를 썩고있다』고했다.

<부산>
예년에 비해 알뜰 피서를 내세워 먹고 마시는 것을 싸 갖고 오는 피서인파가 크게 늘자 각종 쓰레기의 양도 쉴새없이 쏟아져 1백만명의 피서인파를 기록했던 지난8일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수거한 쓰레기는 무려 36t 과일찌꺼기· 빙과류껍질·음료수병·포장도시락·반찬찌꺼기 등 마치 쓰레기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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