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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우라늄 그대로 사용|기자재공급 쉽고 가동율도 경수로보다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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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애서 생산되는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쓸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 3호기(월성1호)가 지난11일 첫 핵연료를 장전했다. 월성1호기의 용량은 67만8천km로 이번 시험가동을 거친 후 올 12윌부터는 본격적인 상업발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미 건설된 고리원자력발전소(경수로) 와는 달리 가압중수로형(PHWR)인 월성1호는 높은 가동률과 핵연료공급의 용이성 때문에 우리나라 원자력 에너지분야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 첫 상륙한 중수로형과 이에 따른 안전성 관계를 알아본다.

<단수회형이란>
중수로형이 경수로형과 크게 다른 점은 냉각재나 감속재로 정수(물) 대신 중수를 쓴다는 점이다.
중수란 보통의 물이 원자량이 1인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가 모여 구성되는 것과는 달리 원자량이 큰 수소윈자가 산소원자와 결합된 것을 말한다.
또 냉각재란 핵연료가 발생하는 열을 흡수해 전달하는 물질이며 감속재는 중성자의 속도를 감속시켜 서서히 핵분열이 일어나게 하는 일종의 제어물질이다.
물은 아주 좋은 감속재이나 중성자를 흡수시켜 핵분열을 저해하기 때문에 경수로형에서는 2.8∼3.2%로 농축된 우라늄을 써야만 분열이 지속된다.
반면 중수는 중성자의 흡수가 거의 없어 0.7%의 천연우라늄을 써도 핵반응이 유지된다.
중수로형은 천연우라늄을 쓰기 때문에 노심의 크기가 경수로형보다 상당히 크다. 격납용기의 바깥 지름을 보면 고리1호기는 35.42t이나 월성1호기는 42.2t에 달한다. 따라서 건설비도 km당 경수로형은 9백96달러(고리2호)이나 중수로형은 1천3백달러로 15%나 비싸다. 이번 건설된 월성1호기는 캐나다에서 개발, 도입된 것으로 캔두형(캐나다형 중수로)이라고도 불린다.
중수로의 가장 큰 의의는 핵연료의 자립화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이다.
농축우라늄을 쓰는 경수로는 지금의 정치·기술적 배경 아래서는 핵연료의 대외 의존성이 발전소전실에 따라 높아지게 된다. 미국을 비롯한 핵기술 보유국가들은 핵무기 확산방지를 위해 우라늄농축기술의 개방을 거의 금지하고 있다. 농축기술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사용하는 핵연료의 1백%를 수입에 의존해야만 한다.
지난 77년 국내 연구팀은 중수로가 경수로에 비해 경제적으로 차이는 없으나 핵연료나 기자재 공급면에서 훨씬 안전성을 갖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바 있다. 중수로의 핵연료는 국내기술로도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80년대 중반 이후는 국내 생산 핵연료로 일부 충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연 l백t규모로 중수로 핵연료인 이산화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시험수준에 있다. 그러나 국내에 매장된 우라늄광석은 0.04%라는 아주 낮은 품위여서 경제성이 없고 아직 정련할 가치도 없지만 핵연료의 사용이 크게 늘어나는 90년대에는 본격 개발이 전망된다. 그때쯤되면 중수로 핵연료의 해외공급이 중단된다 하더라도 우라늄원방석만 있다면 자립이 가능한 것이다. 앞으로 우라늄의 해외자원개발도 뒤따를 필요가 있다. 중수로형의 또 다른 장점은 높은 가동율이다. 고리경수로형은 연 16대에 달하는 핵연료를 교체하기 위해 약 2개월간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해야만 하나, 중수로는 매일 일정량의 핵연료를 공급하므로 그럴 필요가 없다. 실제로 고리발전소의 가동률은 65%이지만 월성1호기의 가동율은 75%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월성1호기의 가동으로 원자력발전이 총 발전설비용량의 15.8%를 차지하게 됐으며 82년까지 2기를 계획대로 건설하면 전체 발전용량의 20·8%를 원자력발전이 담당하게 된다.

<안전성은>
중수로나 경수로의 기술제공자들은 모두 자국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어느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원자력발전소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냉각제가 상실되는데 따른 노심의 온도가 상승하는 사고다. 캔두형에서는 냉각재의 상실사고때 비상 노심냉각장치도 함께 기능을 잃는다고 가정, 2중으로 안전벽을 마련하고 있다. 또 2개의 독립된 정지기능을 갖고 있어 사고발생때 정지계통의 기능상실을 막는다. 최악의 경우인 노심이 녹는 사고도 중수될 가능성이 적다. 노심의 온도가 상승하는 사고가 있을때 감속재인 중수가 냉각재로 대체,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수형보다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작동하므로 이에따른 이점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중수로가 단점을 안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설비의 중량이 커 경수로보다 더 높은 내진설계가 요구된다.
또 방사능 물질인 트리티움에 대한 작업원들의 피폭위험도 크다. 중수로에서는 경수로보다 20배의 트리티움이 발생하고 있다. 매일 연료를 교체해야 하므로 핵연료 취급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경수로보다 높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열효율이 경수로에 비해 낮은 점도 단점의 하나로 꼽힌다. 경수로의 경우는 열효율이 33%수준에 달하나 캔두형은 보통 28%수준에 머문다.
그러나 중수로가 갖는 가장 큰 문제는 대량의 「사용후 핵연료」가 나온다는 점이다. 중수로는 천연우라늄을 사용, 경수로에 비해 집어넣는 양이 많으므로 약 4배의 사용후 핵연료가 나온다. 사용후 핵연료는 재처리하면 다시 쓸 수 있지만 아직 재처리 능력이 없는 우리로서는 창고에 보관할 수밖에 없다. 월성1호기는 몇t씩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몇년간 보관하는 설비가 돼 있다. 앞으로 원자력발전소가 계속 건설됨에 따라 여기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 및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는 어려운 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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