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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독…「레바논경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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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주간에 걸친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해방기구 (PLO)간의 전쟁에서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본것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격이 되고만 레바논 경제였다.
75∼76년의 내전이 일어나기전 까지 만해도 중간지역의 중직무역·교통·통신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던 베이루트는 이번 전쟁을 통해 그 절반의 도시가 폐허로 바뀐 것처럼 경제 또한 장기간의 쇠퇴에서 더욱 악화되어 완전 마비상태에 놓이게 됐다.
동베이루트지역 주민들이 서베이루트이 주둔하고있던 PLO대원들의 철수에 그토록 열광했던것은 녹색선을 사이에 둔 종교적인 반목에도 원인이 있었지만 보다 큰 이유는 죽어가는 경제가 되살아 날수 있다는데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레바논의 경우 전쟁의 종식이 다른 나라에서 보는 것처럼 바로 경제부흥의 길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레바논이 인근 국가들에 비해 과거30여년 (43∼75년) 동안 가장 안정된 경제기반을 구축해왔다 하더라도 국내적으로는 강력한 행정부구성이라는 난제에 가로 막혀있고 영원히 풀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종교집단사이의 대립으로 국가의 분열이 우려될 정도인대다 대외적으로는 이스라엘과 시리아등 주변국가들의 정치적인 이해가 엇갈려 자칫 이스라엘과의 분쟁이 계속되거나 아니면 국가재건자금의 돈줄이라고 할수 있는 아랍민국가들로부티 외면당하는 사태에 직면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PLO가 떠남으로써 포화의 위험은 멀어졌으나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기 위해 들어온 월 1억∼1억5천만달러 (약7백50억∼1천1백5억원)의 해외헌금마저도 대부분 다른곳으로 돌려지게 될것이 분명해 레바논경제는 레바논 국민들의 자력으로 일으켜 세울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소비의 85%를 수입에 의존하고있는 레바논은 이번 전쟁을 겪는 동안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물자부족에 시달렸고 식수와 전기마저도 제대로 공급되지 못할 경도로 각종 기간시설이 파괴된 반면 생필품을 포함한 모든물가는 두달사이에 2배이상 올랐다.
2대 주력산업인 관광업과 금융업도 내란에 따른 혼란과 끊임없는 폭력사태로 크게 위축됐다.
한때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든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관광과는 거리가 먼 나라가 되고 말았고 그런대로 명맥을 유지하던 금융업도 70년대의 잇단 유가폭등이후 돈이 페르시아만 지역으로 몰려 성장력을 잃고 말았다.
불안한 국내정세로 50만명의 국민들이 국외로 빠져나갔고 돈푼 깨나 있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이 대열에 끼어들어 남아있는 국민들은 이들이 보내오는 송금에 생활의 일부분을 의존해왔다.
그러나 레바논의 경제가 이처럼 암담한 것만은 아니다.
어려운 문제들을 국가가 해결해 줄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처리하는 습성이 몸에 밴 국민들은 9월로 PLO철수가 완료되는 것과 동시에 도시복구와 산업재건에 나서 멀지 않아 잃어버린 경제권을 되찾게 될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한 경제부흥을 뒷받침하는대는「미트리·아마르」베이루트지사가 지적하듯이 레바논의 가장 큰 재산인 국민들의 능력과 기본적으로 건전한 경제구조가 가장 큰힘이 될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전쟁상태에도 불구하고 레바논은 80년 8억달러의 국제수지흑자를 기록했고 금과 외화보유고는 전체통화공급의 94%를 차지했다.
레바논 은행들은 이스라엘의 침공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예금주의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등 철저한 전통으로 스위스처럼 많은 외국의 금과 돈을 끌어들일 수있게 된것이다.
이같은 국가소득의 3분의2를 금융·무역·관광·의료사업등에서 얻었기때문에 「대외적인 신뢰를 회복하면 경제재건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정부관리들의 분석이다.
「모하메드·아탈라」국가개발 및 12인 재건위원회 의장은 『미국등 관련국가들의 평화노력이 정착되고 충분한 재윈만 마련된다면 전후복구는 5∼8년안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AP와의 기자회견에서 밝힌바있다. 「충분한 재원」은 물론 아랍석유부국을 두고하는 말이다. 레바논은 79년 아랍연맹회원국들이 약속한 20억달러의 5개년 일괄 원조를 받았고 지난4월 추가신청한 20억달러를 기다리고 있다.
추가원조문제는 다음달 터론토에서 열리는 IMF (국제통화기금)회의에서 레바논 경제타격에 따른 대책과 함께 논의될 것이며 PLO의 IMF가입도 제의될 전망이다.
그러나 레바논의 전후복구를 어렵게 할 장애요인은 많다. 이번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파괴된 부분만을 재건하는데에 만도 약 4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6년내전의 피해복구에는1백2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막대한 재원마련이 가장 큰문제이며 더구나 PLO의 철수로 월1억달러가 넘었던 해외송금마저도 중단되면 외환사정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의 난제는 비슷한 비율을 차지하고있는 기독교·회교세력의 균형유지와 이에따른 정권수립, 나아가서는 서로 상충된 이해관계에 놓인 이스라엘-시리아간의 정면충돌 회피등이다. 이밖에 심각한 노동력부족을 메우기 위해 해외로 도피했던 부유층·중산충이 국가재건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는 문제도 레바논경제부흥의 한 관전으로 지적되고있다. <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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