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카오톡 수사, 무한대 프라이버시 보호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02호 04면

오길영(41·사진)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감청이나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현행법하에서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이 적법하다는 검찰 주장이 법리적으론 일리가 있을 수 있지만, ‘싹쓸이 감청’과 같은 프라이버시 침해를 당연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길영 교수가 보는 ‘검찰의 법해석’

-검찰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의 개정 없이도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이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뭐가 문제인가.
“아날로그적 법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과거의 통신은 1대 1의 통신을 의미했다. 디지털 시대의 통신은 1대 다수, 아니 무한대(∞)의 통신이다. 감청영장을 청구하는 검찰이나, 이를 발부하는 법원이나 이 무한대의 기본권 침해를 고려해야 한다. 아날로그 감청영장은 가벼울 수 있지만 디지털 감청영장은 헤아릴 수 없이 무거운 의미를 갖는다.”

-검찰은 감청영장의 대상 범죄가 중대범죄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고전적 의미의 감청에서는 통신이 끝나면 ‘휘발’돼 통신 내용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디지털 시대의 통신은 휘발성이 없다. 서버로 전송돼 차곡차곡 쌓이는 통신 데이터를 서버 입구의 앞에서 수집(감청)하나, 뒤에서 수집(압수수색)하나 다를 게 없다. 메기를 보(洑)의 앞에서 잡느냐, 뒤에서 잡느냐의 차이일 뿐 디지털 통신에서의 감청과 압수수색의 본질은 같다. 둘 다 복사(copy)일 뿐이다. 카카오톡 사태에 대해 왜 국민이 분노했나. 내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던 것 아닌가.”

-검찰은 범죄와 관련 없는 불특정 다수가 접속한 단체 대화방의 대화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확보하는 게 아니라, 피의자 내지 조력자들로 의심되는 대화방의 대화 내용만 확보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범죄 혐의와 관련됐는지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미국에선 폭넓은 논의가 진행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알렉스 코진스키 수석판사가 제시한 원칙이다. 범죄 혐의와 관련됐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디지털 자료는 수정헌법 4조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아날로그 자료에 대해 ‘플레인 뷰’ 원칙을 따르는 미국에서도 디지털 자료에 대해서 만큼은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이다. 코진스키 이후 대부분의 미국 법정은 수사기관이 가져온 디지털 증거에 대해 범죄 혐의가 있는 것과 아닌 것을 어떻게 분리할지 묻는다.”

-범죄 혐의가 있는 내용과 아닌 것을 수사기관이 분리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통비법상에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가 적시돼 있지만 처벌조항은 없다. 그래서 검찰도 다음카카오가 단순히 위탁집행을 거부한다 해서 처벌하긴 어렵다고 본 것이다. 미국의 수정헌법 4조처럼 우리나라 헌법도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13조)고 규정했다. 물론 더 큰 법익의 실현을 위해 기본권은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통신’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비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기본권의 제한에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검찰이 말하는 ‘기술적 해결방안’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손쉽다고 해서 다음카카오 서버에 가서 털어와선 안 된다는 거다. 기술을 개발하든, 돈을 투자하든 다음카카오의 영업권을 침해하지 않는 감청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통비법에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대상인 위치정보는 제외해야 하나.
“물론이다. 통신은 떨어져 있는 사람 사이의 의사표시 전달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통비법에선 기지국 위치추적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기지국과 휴대전화 사이에 통신이 가능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기계적으로 주고받는 신호를 통신으로 봐선 안 된다. 현행법으론 휴대전화의 특정 셀(cell) 안에 접속한 수천 명의 리스트를 한꺼번에 통신사실확인자료라는 이름으로 수사기관이 넘겨받게 된다. 통비법이 상정한 건 범죄 혐의가 있거나 관련 있는 정보를 집어내는 건데 이건 거꾸로다. 일단 다 털고 거기서 좁혀가겠다는 거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