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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고수에게 듣는다] 야구의 DTD … 증시의 DSD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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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호 18면

지난 8개월간의 대장정을 펼쳤던 한국 프로야구가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게다가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사상 첫 4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금자탑까지 쌓아 올렸다. 필자는 열혈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올해 시즌을 지켜보며 느낀 점을 주식투자자의 시선으로 풀어 보고자 한다.

성적은 실력에 수렴한다
특급 마무리인 오승환이 일본 리그로 이적했다고는 하나 임창용이란 대안을 수혈한 삼성은 누가 뭐래도 최강의 전력을 가진 팀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삼성의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이러자 언론들은 순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거나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은 상위권으로 점차 자리를 옮기더니 결국 가을이 되어서는 정규리그를 1위로 마감했을 뿐 아니라 포스트시즌을 거쳐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10경기, 20경기라면 삼성도 일시적으로 하위권에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128경기를 치르면 결국 성적은 실력에 수렴하게 마련이다.

일러스트 강일구

주식도 마찬가지다. 1~3개월의 시간 사이에는 주가가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움직일 수 있다. 투자자들이 반짝 실적을 내놓으면 열광하고 악재가 나오면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3년의 시간이 흐르면 결국 주가는 기업가치를 반영한다. 가치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는 투표기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중계’라는 말을 믿고 주가가 가치보다 낮은 주식에 투자한 후 시간을 기다린다.

김재박 감독이 한때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의미의 DTD(Down team is down)란 말을 유행시킨 적이 있다. 확실한 전력을 갖추지 않으면 당장 순위가 높더라도 결국엔 내려온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를 주식투자에 적용해 보면 DSD(Down stock is down) 혹은 USU(Up stock is up)라 바꿔 부를 수 있겠다.

지켜야 최후에 이긴다
삼성 하면 이승엽·최형우·박석민·박한이 등 팀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거포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자들이다. 당연히 삼성의 공격력은 강하다. 하지만 우승을 놓고 자웅을 겨뤘던 넥센 또한 이에 뒤지지 않는다. 홈런왕 박병호를 비롯해 강정호·김민성·유한준 같은 일류 타자들이 버티고 있다.

결국 삼성이 넥센의 추격을 따돌리고 우승할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강한 투수력에서 비롯된 지키는 야구에 있다. 안지만·차우찬·임창용으로 구성된 불펜도 튼튼하지만 무엇보다도 경기 초반 큰 점수를 허용하지 않는 선발진의 역할이 컸다. 벤덴헐크·장원삼·윤성환 등 선발승이 도합 53승으로 리그 1위였을 정도다.

역사상 최고의 투자자로 일컬어지는 워런 버핏은 ‘돈을 절대 잃지 않는다. 그리고 그 원칙을 반드시 지킨다’는 투자 신조를 가지고 있다. 만약 버핏이 야구 감독을 했다면 필시 점수를 내주지 않는 짠물 전략을 펼쳤을 것이라 장담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공격에 초점을 맞춘다. 주식투자를 통해 홈런의 짜릿함을 누리려 한다. 상한가 따라잡기, 세력주 찾기, 테마주 투자가 득세하는 것도 이 때문 아니겠는가.

주식투자도 야구와 같은 장기 레이스다. 여기에서 이기려면 일단 점수 지키기가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선발투수에 해당하는 포트폴리오의 비중 상위 종목들이 튼튼해야 한다. 이들이 무너지면 전체적인 수익률도 물 건너간다.

멘털이 강해야 한다
한국시리즈는 삼성의 강한 멘털을 보여준 무대였다. 3차전에서는 9회 초 투런포로 승리를 거뒀고 5차전에서는 심지어 9회 말 2사에서 경기를 뒤집었다. 삼성의 선수들은 ‘어차피 우리가 이긴다. 이기고 있어도 이기고 지고 있어도 이긴다’는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팀 분위기가 단기 흐름에 동요되지 않는 원인이다.

지난 9월부터 주식시장이 무척 혼란스럽다. 대형주들이 소형주처럼 하루에 상한가와 하한가를 왔다갔다 하는 데다가 저점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하락 흐름을 탄 주식은 바닥이 없이 빠지고 모멘텀을 탄 주식은 천장이 없이 오르니 말이다. 이런 시기에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일희일비하지 않는 강한 멘털이다. 그리고 저평가된 주식은 어떤 이유건 반드시 오른다는 상식에 근거한 믿음 또한 지켜 가야 한다. 이는 필자의 다짐이자 현시점에서 투자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이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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