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정담(政談)] “형님 식사 한 번 합시다” 넉 달 만에 화해한 김무성·유승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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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의 지난해 모습. 한때 껄끄러운 관계였으나 최근 화해했다. [중앙포토]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이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벌써 약속시간이 다 됐다. 김무성 대표의 오른쪽 옆자리가 빈 것을 본 이 의원이 그 자리에 앉으려 했다. 김 대표가 손을 내저으며 “올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모두 궁금해했다. 그로부터 30여 분 뒤 한 사람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유승민(56·대구 동을) 의원이었다. 김 대표가 비워 둔 자리는 유 의원 차지였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김 대표가 출입기자들과 함께한 만찬에서였다. “김무성과 유승민이 화해했다”는 소문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사이가 멀어졌다.

 같은 당의 대표와 3선 의원 간의 갈등과 화해가 무슨 대수일까. 하지만 여의도 정치를 잘 아는 사람들에겐 그게 그렇지 않다. 둘 간의 인연에 박근혜 대통령까지 연결돼 있어서다. 김 대표와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5년 사무총장과 비서실장을 각각 맡아 ‘원조 친박’을 형성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과의 당내 경선에선 김 대표는 조직을, 유 의원은 메시지 총괄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최전방에 섰다. 그러나 둘의 노력은 허사가 됐다. 경선 패배 뒤 친박계가 분화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도 다른 길을 걸었다. 김 대표는 ‘비박계’의 대표 선수가 됐고, 유 의원은 의정활동에만 몰두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둘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 2000년 한나라당에서 처음 만나 2002년 이회창 대선 후보 캠프에서 동고동락한 ‘14년 정치동지’란 공통분모 때문이었다.

 그러던 둘의 관계가 삐걱댄 건 지난 7·14 전대였다. 유 의원 등 대구지역 의원들이 친박 원로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하면서다. 오해도 쌓였다. 김 대표는 당선된 뒤 경쟁자를 도왔던 유 의원에게 사무총장직을 제안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연락하지 않고 중간에 사람을 보냈다. 유 의원은 기분이 상했다. “김 대표를 돕고 싶지만 사무총장은 내 일이 아니다”며 고사했다. 둘의 사이는 멀어지는 듯했다.

 관계를 되돌린 건 유 의원의 전화 한 통이었다고 한다. 당직 인선이 모두 끝난 뒤 유 의원이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식사나 한 번 합시다.” 식사 약속은 지난달 3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성사됐다. 둘은 곰탕 오찬과 커피 디저트를 함께했다. 둘 간의 갈등은 그걸로 끝났다.

 김무성과 유승민의 재결합을 놓고 여권 내에선 시너지 효과를 말하는 사람이 많다.

 당내 차기 대선 주자 1위인 김 대표 주변엔 딱히 전략가라 할 만한 인물이 없다. 유 의원은 대구·경북(TK) 출신인 데다 정책·전략통이다. 이회창·박근혜(2007년)가 인정한 대선 전략가다. 반면 유 의원은 최근 들어 원내대표 선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 대표의 세가 필요하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의 라이벌은 세월호 사건으로 주가가 오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두 사람의 화해가 향후 당 대표-원내대표의 투톱으로 이어질지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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