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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자이툰은 어떻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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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정민 카이로 특파원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주둔군 철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는 미 국방부가 내년 말까지 이라크 주둔군을 최대 10만 명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언론에 유출된 영국 정부의 비밀문건과 일치한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몇 달 전 철수 계획에 합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그다드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도 "이제 미군 철수는 거의 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별다른 대책은 없는 듯하다. "다른 나라들의 철수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설명에 그치고 있다.

우리와 무관하게 미군.영국군의 철수는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내년 초 이라크의 18개 주 가운데 14개 주의 치안통제권을 이라크 정부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내년 중반까지는 절반 이상이 철수한다. '저항세력의 퇴치는 더 이상 미군 철수의 전제조건이 아니다'는 미국의 새로운 입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라크 사정과 무관하게 철군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다. 철수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한 미국의 발걸음도 바쁘다. 지난달 27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라크를 서둘러 방문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도착 즉시 제헌의회 내 헌법초안작성위원회에 시한 내 초안을 작성해 줄 것을 촉구했다. 올해 말 입헌정부가 구성돼야 철군을 위한 최소한의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의 두 축인 미국.영국이 철군할 경우 이라크 상황은 예측불허다. 이라크 내 저항세력은 이미 '제국주의 연합군을 물리쳤다'는 승전보를 준비하고 있다. 미군 철수 직후 새 정부와 저항세력 간 내전의 불길이 치솟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우리는 미국.영국에 이은 규모로 셋째 파병 국가다. 더욱이 자이툰 부대는 재건 지원과 대민봉사 등 민사업무를 위해 파견된 부대다.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철군 문제를 본격 검토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자이툰 부대의 철군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시점이다. 아울러 국회의 파병동의안 연장도 1년 단위가 아니라 길게는 6개월, 짧게는 3개월 단위로 끊어 갑작스러운 철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서정민 카이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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