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 해외여행 피해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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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달 부인과 함께 홍콩.발리 3박5일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이모(48)씨는 여행내내 기분이 찜찜했다. 1인당 39만9000원씩 부부가 80만원 가까운 돈을 지불했지만, 실제 여행 코스는 매일 2~3개의 쇼핑센터를 돌아보는 것 위주로 짜여져 있었다.

이씨는 "생애 첫 해외 여행이라는 큰 맘 먹고 적쟎은 돈을 투자했는데 이리 저리 쇼핑만 다니다가 돌아온 느낌"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해외 여행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게 늘고 있다.

1일 대한주부클럽 소비자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북도내 해외여행 상품 관련 고발 건수가 45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6건)보다 25%나 증가한 것이다.

'20만원대' 저렴한 비용에 끌려 태국 파타야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김모(32)씨는 마사지, 해양 스포츠, 알카자 쇼 등 3~4개의 옵션과 현지 가이드, 운전기사 팁 등으로 50만원을 추가로 지불했다. 김씨는 "현지에 가서 보니 투어별로 최고 100달러의 비용이 붙었다"고 말했다.

정모(29)씨는 태국으로 신혼 여행을 갔는데 공항에 약속한 가이드가 나오지 않으며, 당초 여행사가 제시했던 것과 달리 호텔에서 정식이 아닌 다른 음식을 제공했다며 소비자 고발센터에 배상을 문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행관련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여행사 간의 덤핑 경쟁때문이다. 여행사들은 올 들어 주 5일 근무제 본격 시행으로 해외 여행객이 크게 늘자 "무조건 붙잡고 보자"는 식으로 저가 상품을 판매하며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행 관련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등록된 업체를 이용할 것과 보험 가입여부를 확인이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소비자정보센터 유미옥부장은 "해외여행 상품을 선택할 때는 무조건 가격만 보지 말고 계약서 내용을 꼼꼼하게 살피고 여행이 끝날 때까지 계약서.영수증 등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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