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혹의 산실' 對共정책실 힘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청와대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은 최근 매일 발행되는 '청와대 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조각 때 (DJ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과 국정원 자료를 받아 활용했는데, 이중 국정원 자료가 훨씬 풍부해 많이 활용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국정원의 방대한 조직을 통해 수집된 정보에 의존한 바가 컸다는 의미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정원 수뇌부가 검토하고 있는 국정원 개혁안은 이런 기능을 축소시키는 방향이다. 개혁안의 핵심은 국정원 2차장(국내담당) 산하의 대공정책실 힘빼기다.

그간 대공정책실 산하 정치.경제.시사.사회과 직원들은 '조정관'이란 이름으로 각 기관을 출입하며 정치인.주요 기업인.언론인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 왔다. 비위사실은 물론 여자문제 등 사생활 정보까지 수집 대상이었다고 한다. 수집된 정보는 인사존안자료 등으로 활용되거나 국내정치에 이용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은 합법적 감청 외에 도청이나 미행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행위를 해왔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다. 또 국정원 직원들이 이권에 개입한 사례도 상당수 드러났다.

청와대와 국정원 수뇌부는 우선 대공정책실의 핵심부서였던 경제과를 1차장(해외부문) 산하로 옮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경제과는 경제부처는 물론 각종 기업체를 출입하면서 정보수집활동을 해왔고, 경제정책에 대한 국정원의 조정기능을 뒷받침해왔다.

지난 정부에서 김은성 전 2차장, 김형윤 전 경제단장, 정성홍 전 경제과장 등은 경제정보를 빼돌려 사용(私用)하거나 진승현.정현준.이용호 게이트 등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고, 경제과 소속 사무관급 직원은 공적자금을 기업체에 유치해 준다는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그런 경제과를 1차장 산하로 옮겨 사찰기능 대신 해외 첨단산업기술 정보의 입수, 국내 첨단기술에 대한 방첩활동에 주력케 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1차장 산하에 동북아 지원부서를 신설해 위상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대공정책실 산하 정치과.시사과 등 직원들의 기관출입 금지, 대공수사국의 국내보안 사범에 대한 수사권을 검.경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는 국정원의 탈(脫) 정치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국정원 개혁안은 시민단체 일각에서 요구하는 대공정책실 폐지나 국정원의 해외정보처로의 전환 요구에는 못미치지만 상당부분 수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영구 원장-서동만 기조실장 라인을 밀어붙인 盧대통령으로선 바뀐 국정원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성을 느낀 듯하다. 국정원 간부진의 재편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력의 하수인이었거나 불미스러운 공작을 했던 사람 일부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북비밀송금 특검수사나 국정원 도청의혹 사건 수사 결과에 따라 일부 간부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