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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아시아나 파업 보름째 평행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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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31일 오전 인천공항의 짙은 안개로 5개 노선 비행기가 서울지방항공청의 ‘대체공항 운용 명령’을 받아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하노이발 아시아나항공 승객들이 김포공항 계류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이 1일로 16일째를 맞았지만 노사협상의 타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31일에도 국제선 117편 중 일본.중국.미주 등 8개 노선 13편이 결항했다. 국내선은 175편 중 88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노사는 이날 새벽까지 교섭을 벌였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노조는 노조 측 위원 3명의 조종사자격심사위원회 참석 등 13개 핵심 조항의 일괄수용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노사 모두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기 위해 자존심을 건 힘겨루기를 할 뿐 국민 불편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사측은 이날 ▶노조 반(半)전임자 확대(현행 3→5명) 및 반전임자 처우 개선▶연 비행시간 축소(현행 1000→ 960시간)▶이동 시간에 대해 비행수당의 75% 지급 등을 최종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 측 위원의 자격심의위원회 참석 등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거부했다.

*** [협상 왜 꼬이나] 공군- 훈련원 출신 갈등설도

회사 입장은 강경하다. 8월 한 달간의 대규모 비행기 감편 계획까지 이미 발표한 상태다. 곧 비수기가 시작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감편 규모를 늘려 조종사 노조와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태세다. 여름 성수기 장사를 망친 마당에 더 양보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10월 말까지 감편계획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조종사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설도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이 '식권도 퇴직금 계산에 포함' 등 노조의 무리한 요구안을 일부 공개한 것도 협상 타결보다는 원칙을 지키는 정면승부 쪽에 무게를 둔 행동이다.

노조 역시 별 소득없이 파업을 끝낼 경우 향후 노조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파업사태를 길게 가져가 결국 긴급조정 등 정부가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공군 출신 조종사와 비행훈련원 출신 조종사 간의 노노 갈등이 사태를 꼬이게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조는 파업 초기 직원 모두가 의무적으로 노조에 가입해야 하는 유니온숍 제도를 요구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또 인사위원회의 의결권을 노사가 동등하게 갖겠다고 하면서 "조합의 권위와 신용을 손상시킨 비조합원을 징계할 권한을 노조에 달라"고 요구한 점 등이 공군 출신 조종사를 겨냥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회사가 자체 설립한 훈련원 출신 조종사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공군 출신은 대부분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노조 이상준 부대변인은 "공군 출신 조종사로 인한 인사상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번 파업의 본질은 아니다"고 말했다.

*** [안전 이상 없나] 정비 쪽 정상 업무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가려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이륙 직전 엔진이상으로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종사 파업으로 어수선한 시점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승객의 안전운항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측은 "단순한 정비상의 문제"라며 "조종사 파업과 관계없이 정비사들은 정상 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정비사와 조종사들은 무더기 결항으로 오히려 업무 부담이 줄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도 항공안전감독관 6명을 항공사와 공항에 직접 투입하는 등 항공안전 감독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또 미국 뉴욕 노선 등에는 감독관이 직접 비행기에 동승해 안전수칙 이행 등을 감독하고 있다.

*** [파업 손실 얼마] 보름동안 1870억

파업으로 지난달 말까지 승객 27만 명과 화물 2만3000t의 수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까지 피해액이 187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직접 피해가 1100억원, 관광.여행업계와 화물운송업계 등 관련 업계 손실이 77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측은 "8월 첫째주(1~7일)에는 회사 910억원, 관련 업계 750억원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 등 갈수록 피해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시아나항공은 8월에 시드니 등 6개 국제선의 운항을 중단하고 LA 노선 운항편을 줄이기로 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김연명 항공교통연구실장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승객들의 각종 사업등 일정 차질.수출입 차질.관광수입 감소.국가신인도 하락 등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 결항 횟수

(기간 7월 17일~31일)
국내선 1408편
국제선 82편
화물기 106편

▶ 운송차질

여객 약 27만명
화물 약 2만3000톤

▶ 손실액

항공사 손실(매출손실+기타 비용) 1100억원
관광.여행 등 관련업계 손실 770억원
자료: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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