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청 '핵폭풍'] "부끄럽지만 성역 없이 밝힐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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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승규 국정원장이 1일 국회 정보위에 나온다. 안기부(현 국정원)의 불법 도청 실태를 보고하기 위해서다. 김 원장은 간부들과 함께 정보위원들에게 안기부의 불법 도청 활동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비공개 보고한다.

국정원 관계자는 "불법 테이프 유출 이후 약 열흘 동안 미림팀에 대한 조사를 벌여 왔으며 일단 현재까지의 결과를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일 오전 국정원장이 참석하는 간부회의에서 정보위 보고 내용을 최종 정리할 것"이라며 "도청 실태와 이에 따른 대국민 사과가 주 내용"이라고 말했다.

정보위는 청와대를 제외하곤 국정원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구다. 정보위원들은 미림팀이 누구의 지시로 얼마 동안 설치.운영됐으며, 불법 도청을 통해 얻어진 정보가 누구에게까지 전달됐는지를 집중 추궁하려 하고 있다. 국정원이 도청 테이프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공운영 전 미림팀장이 빼돌린 테이프 200여 개 외에 추가 유출 흔적은 없는지도 물을 예정이다. 한 정보위원은 "지금까지 안기부와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에 (불법 도청이 없다고)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며 "이번에도 조사 중임을 핑계로 알맹이 없는 답변을 내놓을 경우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그동안 미림팀 소속 직원들은 물론 오정소 전 안기부 1차장과 천용택 전 국정원장 등을 조사했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부끄러운 과거지만 성역없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힐 것"이라며 "미림팀이 해체된 김대중 정부 이후에는 불법 도청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정원의 발표 내용으로 의혹이 규명될지 여부다. 국정원 내부에서조차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조사 결과가 부실할 경우 외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나올 수 있다. 국정원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오충일 위원장은 "국정원 발표에 국민의 의혹이 남아 있다면 (위원회의) 민간 위원 측에서 밝혀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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