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수출기업 기초는 단단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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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은 수년 내에 한국 중심적인 의사결정(지배)구조를 글로벌화한 지배 구조로 바꿔야 한다. 아니면 경쟁에서 뒤처진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칼 스턴(사진) 이사회장이 한국 기업들에 이 같은 충고를 던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초청으로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주 여름 포럼' 강연차 27~30일 한국에 머물렀다.

스턴 회장은 "예를 들어 북미.유럽.아시아가 매출의 3분의 1씩을 차지한다면 경영진도 북미.유럽.아시아 출신이 3분의 1씩을 차지하는 지배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래야 각국 실정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BCG는 실제로 경영진을 이같이 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외국에 법인을 세운 뒤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인을 임명하는 등 한국 중심적인 지배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 업체가 한국지사장으로 한국인을 임명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면서 한국 기업의 외국법인장에 한국인을 앉혀서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많은 일본 기업이 지배구조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다"며 "그것이 일본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충고다. 스턴 회장은 "내가 알기에 한국 기업인들은 일본 사람들보다 개방적"이라며 "그런 점에서 한국 기업들이 일본보다 지배구조의 글로벌화를 더 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기업 활동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규제 완화가 최선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에든 통하는 진리"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스턴 회장과의 일문일답.

-한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의 내수 부진은 신용카드 대란의 후유증이다. 이는 한두 해에 치유될 문제가 아니다. 4~5년은 걸려야 덫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BCG의 분석이었다. 이제 곧 치유가 끝나고 한국 경제는 활력을 얻을 것이다. 나는 한국 경제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 성장도 둔화됐다.

"일시적 현상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포스코 등 한국 대표 수출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 품질.디자인.브랜드 가치가 모두 수년 사이에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또 중국의 도전을 오히려 기회로 잘 활용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고가 제품으로 중국산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배구조의 글로벌화가 더 진전되면 한국은 이들 기업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의 주축이 될 것이다."

-최근 중국이 위안화를 2% 절상했다. 추가 절상 전망은.

"미국 기업인들은 중국이 정치적 압력에 밀려 위안화를 찔끔 절상했다고 여긴다. 추가 절상이 이뤄지리란 것도 한목소리다. 지금보다 10%쯤 더 위안화 가치가 올라야 적절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중국이 얼마나 빨리 추가 절상을 할지는 미지수다."

글=권혁주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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