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민 봉사정신 저하 막을 장치 필요-「의무경찰제도」의 득과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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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무부가 내놓은 경찰행정 개선방안은 의령사건 등으로 실추된 경찰의 신뢰감회복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우수인력을 확보함으로써 조직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그러기 위해 예산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수한 사람들이 경찰에 발을 붙일 수 있도록 근무여건을 개선해보자는 계산인 것 같다.
특히 지금까지의 전경제도를 개선, 발전시킨 의무경찰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의무경찰을 신규순경으로 채용한다는 것은 경찰제도의 혁신으로 평가할만하다.
의무경찰은 그 업무가 작전분야 아닌 단순분야와 지·파출소 근무로 정해진 만큼 징집 대상자들에게는 현재의 전경보다 복무기간이 2∼3개월 더 길다고는 하지만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의 입장에서도 의무경찰이 신임순경으로 채용될 경우 3년간의 수습과정을 거친 사람을 순경으로 채용한 셈이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그러나 봉사경찰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의무경찰제도 도입에는 보완해야 할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의무」경찰이 의무 복무기간인 3년 동안 시민과 접촉하면서 지금의 지·파출소 순경과 비슷한 사실상의 경찰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볼 때 그들이 맡게 될 업무를 얼마나 천직으로 알고 얼마만큼의 사명감을 가지고 봉사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찰관 중에는 현재 파출소에 근무하는 일부 전경 대원들의 근무태도를 감안할 때「그것은 의문」이라고 조심스러운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징집 대상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우수한 인력이 의무경찰에 몰린다 하더라도 이 가운데「순경채용」을 희망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도 생각할 문제다.
그들 대부분이 전역과 함께 훌훌 털고 경찰을 떠나가버린다면「직업경찰모집 중지조치」까지 마련해놓고 자질향상을 위한 우수인력 축적을 기대한 경찰이 엉뚱하게 인력수급 문제로 당황하게 될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바로 그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전역하는 의무경찰을 경찰로 끌어들일 수 있는「유인요소」, 즉 경찰의 근무여건 개선이 되겠으나 발표된 대로라면 그마저 경찰내부의 기대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지·파출소 운영비 및 각종 수당의 현실화문제도 지금까지 논의된 것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며 비간부의 승진문제도 문호만 넓어졌다는 설명이지 사실상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은 없다.
경찰은 당초 일정기간 하자 없이 근무한 순경을 경장으로 자동 승진시키는 문제를 추진해왔으나 관계부처와의 정원조정 및 이에 따른 예산문제 때문에「순경의 승진문호 확대」로 후퇴하고 말았다.
일본의 경우 승진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더라도 순사 (순경) 무사고 5년이면 순사장 (경장) 으로 자동 승진되고 순사장 10년이면 순사부장 (경사) 이 되며 순사부장 15년이면 경부보 (경위) 로 자동 승진됨으로써 승진시험에 합격하지 못해도 하자 없이 30년을 근무한 사람이면 간부인 경부보의 계급장을 달아본 뒤에 경찰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30년 넘은 순경 이 적지 않다.
경위의 계급정년을 신설하고 경감급 이상 간부들의 계급정년을 1∼4년씩 축소한 것은 당국의 설명대로「국가예산을 최대한 절약하면서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며 경찰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기 위한」고육지책으로 풀이되지만 노인문제와 관련, 모든 직종의 정년을 연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춰볼 때 재고의 여지도 없지 않다.
가령 20대 초반에 경위로 임관된 사람이 15년 동안 경감으로 진급하지 못할 경우 30대에 정년을 맞아 퇴직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한 경찰간부는 지적했다. <오홍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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