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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달러 짜리 한국관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의 전통 깊은 문물을 외국인에게 보여주어 상호 이해를 넓히는 일은 관광진흥의 1차적인 목표다. 그러나 요즘 일부 여행사들이 자행하는「싸구려 관광」은 한마디로 한심한 작태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것은 관광달러를 벌어들인다는 관광의 부수적인 목적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국민적 자긍심을 내팽개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싸구려 관광을 통해 한국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돌아간 외국인에게 한국의 이미지가 어떻게 자리잡을지는 불문가지다.
관광달러 몇푼 벌어들이는 이득 이상으로 장기적으로 나라와 국민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손해를 끼칠 것은 분명하다.
일부 여행사들이 2박 3일 코스의 관광여행에 항공요금을 제외한 일체의 숙식비용을 65∼90달러 (4만 8천∼6만 6천원) 로 덤핑하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된다. 이것은 당국이 정한 최저요금의 3분의 2선밖에 안된다. 아마 도오꾜 (동경) 2류 호텔의 하룻밤 숙박비용도 안될 것이다.
2박 3일 코스 관광이 본격화했던 79년에도 비록 제재기간에 차이는 있으나 외국인 1인당 외화소비액이 3백 78달러에 이르렀었다. 작년 말에는 이것이 7백 91달러까지 올라간 것에 비하면 요즘의 싸구려 관광의 덤핑실태를 짐작할 수 있다.
또 이들이 2박 3일 동안 보고 가는 한국의 문물이라는 것도 서울 주변에만 국한돼있어 과연 이같은「주마간산」으로 한국을 보였다고 생각하는가. 거기다 싸구려 음식에 싸구려 호텔, 저녁 때는 기생파티 등으로 한국의 지저분한 면만 보고 가니 과연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일까 심히 걱정된다. 유현한 멋이 깃든 한국의 정취는 고사하고, 이들에게 아마 한국은 싸구려의 나라로 인식되지 않을까.
관광업계가 세계의 경기침체로 관광객의 입국이 줄어들자 고육지책으로 이같은 관광알선도 불사하게 된 사정은 이해 못하는바 아니다. 또 전세계적으로 관광객의 숫자는 늘어나나 비용지출은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안정과 원화의 약세로 오히려 외래관광객의 비용지출을 촉진할 호조건을 맞았음을 생각해야 한다.
81년도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의 관광보고서는『각국의 인플레가 관광산업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급속히 치솟는 나라에는 관광자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발길을 돌리는 것이 요즘의 관광추세다. 따라서 한자리 숫자로 물가가 안정되고 또 외화의 상대적인 강세로 비용지출을 촉진할 조건을 갖춘 우리가 오히려 관광비용을 덤핑함은 모순된 일이다. 관광업계는 덤핑 대신에 관광객의 구매력이 얼마나 높아졌나를 외국인에게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임이 마땅하다.
아울러 관광시설의 정비와 정화로 높은 요금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이것은 곧 관광의 질을 높이는 일이며, 비록 적은 숫자의 관광객이나마 우리의 높은 문화수준을 보고 돌아가게 하는 것이 참다운 관광진흥의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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