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롭 우승 박지은, 위기탈출 집중력 빛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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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의 시대가 활짝 열릴까.

아마추어 시절 미국 언론으로부터 타이거 우즈(미국)와 비교되며 주목을 받았던 박지은은 5일 끝난 미켈롭라이트오픈에서 아니카 소렌스탐.박세리.카리 웹 등 강호들을 물리침으로써'버디 여왕'의 매서운 면모를 과시했다.

대회장인 킹스밀골프장은 PGA 투어 미켈롭오픈을 치르는 난코스여서 전문가들은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선수가 진짜 실력있는 선수"라고 했다.

박지은이 1999년 6월 아마추어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US여자오픈을 마친 뒤 프로행을 선언했을 때 골프팬들은 큰 기대를 했었다.

아마추어 시절 55승을 따낼 정도의 탄탄한 기본기에 호쾌한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플레이로 LPGA 무대를 석권하다시피 하리라고 봤던 것이다.

박지은은 실제로 본격 데뷔에 앞서 참가한 2부 투어(퓨처스 투어)에서 단 10개의 대회만 뛰고도 5승을 거둬 상금랭킹 1위로 LPGA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박지은의 시대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2000년 캐시아일랜드닷컴 클래식에서 첫승을 거둔 박지은은 신인왕이 유력했으나 도로시 델라신에게 타이틀을 넘겨야 했다. 그러면서 한가지 병이 생겼다. 드라이버샷이 들쭉날쭉해진 것이다.

지난해까지 매년 1승씩을 쌓긴 했지만 박지은은 고비 때마다 드라이버샷이 고장나 고생을 했다. 보기는 물론 더블보기도 잦아 '믿지 못할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박지은은 4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보기를 8개, 더블보기를 3개나 저질렀다. 물론 '버디의 여왕'답게 버디 21개에 이글 1개를 잡아 다 만회하긴 했지만 이처럼 들쭉날쭉한 스코어로는 아무래도 안정적인 정상권이 어렵다. 그러나 박지은은 올시즌 들어 지난해에 비해 많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겨울 강한 체력훈련으로 체력이 향상됐고, 쇼트게임 능력이 훨씬 좋아져 위기탈출 능력이 배가됐다. 이 덕분에 미스샷을 한두번 내면 여지없이 무너지곤 하던 폐단이 사라졌다. 미국 CBS 방송 해설가였던 피터 코스티스를 코치로 영입한 뒤로는 팔을 너무 많이 드는 오버스윙도 잡았다.

우승이 확정된 뒤 달려가 얼싸안은 캐디 데이브 브루커와의 호흡도 잘 맞는다. 브루커는 특히 퍼트를 할 때 어깨가 흔들리는 박지은의 단점을 잘 잡아줘 그린에서의 실수가 거의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총 1백7개(평균 26.75)의 퍼트를 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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