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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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택시 합승에 벌금 10만원정. 합승으로 생긴 여분으로 일당을 채우던 택시 운전사들로선 청천벽력이리라.
그러나 교통부가 8월1일부터 실시할 운수 사업법 처분 규칙 개정 내용은 이렇게 엄격하다. 승차 거부에도 벌금 5만원 내지 10만원. 과거에는 이것이 모두 가벼운 경호 처분으로 끝났었다. 택시 합승 제도는 언제부터 「암묵리」에 실시됐는가. 정확한 고증은 없지만 부산 피난 시절이 효시가 아닐까. 좁은 항구에 인구는 집중되고 택시는 부족했다. 게다가 부산은 도심에서 서면, 동래까지 외줄기 간선도로 밖에 없어 합승하기에 아주 편리한 도로 조건을 갖추었다.
60년대 서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합승 제도는 공공연하게 정착됐다. 화곡동에서 시청 앞까지 3백원. 제l차 오일 쇼크 때는 당국도 합승을 권장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택시의 본래 기능이 아니란 것을 점차 깨닫게 된 것은 요즘의 일이다. 합승은 엄격히 금지되고 승객도 원하지 않았다. 문제는 거주와 운전사 쪽에 있었다.
거주는 운전사들의 합승 행위가 근절되지 않을 것을 예견하고 과다한 입금액을 책정했으며 운전사들은 그럴수록 더욱 합승을 강요해야 했다. 빠르고 편하게 가자는 택시의 본래 기능은 왜곡되기 시작했고 불쾌한 언성이 곳곳에서 오갔다.
거기다 과속과 차선 위반 등 교통 규칙을 예사로 위반하는 난폭 운전까지 겹쳐 부녀자들은 택시 타기가 겁날 지경까지 됐다.
사정은 다르나 외국 도시에서는 합승이란 생각할 수가 없다. 승객은 택시에 타는 순간 미터기의 요금대로 목적지까지 간다.
이것은 운전사와의 계약 관계다. 운전사는 이 계약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가 부여된다. 미터기는 거리, 시간 병산제라 교통 체증에 막혀도 운전사로선 손해 볼 것 없다. 승객도 도로 여건이 나쁜 것을 구태여 탓하지 않는다.
운전사가 손님에게 명령할 딱 한가지 경우가 있긴 있다. 『담배를 피우지 마시오.』 금연하는 운전사로선 당연한 권리며 승객은 이에 군말 없이 승복한다. 또 한가지 팁을 안주는 손님에게 『노랑이』라고 중얼거릴 권리 (?)도 있다.
결국 「택시 문화」 창달의 주인공은 우선 택시 운전사다. 과로와 지나친 입금 때문에 시달린다면 l차적으로 거주와 담판하기 바란다. 시민은 운전사들이 불행해 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모든 푸념을 시민들에게 털어놓는 일은 떳떳하지 못하다.
이 땅에 택시 제도가 도입된지 40년이 넘었어도 과연 「택시 문화」가 존재하는가.
벌칙 규정이 대폭 강화되는 것을 계기로 택시 운행 질서가 한꺼번에 바로 잡힐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회 어느 한 분야라도 좀 시원하게 개선되는 곳이 있어야 살맛이 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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