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피플@비즈] 따뜻한 두 김대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삼성 SDS의 김경주(35.사진 앞). 김형찬(31) 대리는 매주 두차례 서울 용답동의 노숙자 재활센터인 비전트레이닝센터로 간다.

두 사람은 일과를 끝낸 후 저녁 6시쯤 서울 을지로의 사무실을 빠져 나와 용답동까지 가는 지하철 속에서 그날 강의 내용을 머리속에서 다듬는다. 비전트레이닝센터에 도착하면 노숙자들과 어울려 저녁 식사를 한 뒤 윈도우나 인터넷 사용법 등 PC기초운용과정을 약 두시간 정도 가르친다.

김경주 대리는 "강의시간마다 예정된 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손발을 움직이기 힘든 분들도 있는데 배우려는 의지만큼은 누구보다도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김 대리는 1년 전부터 사내 자원봉사단인 나이스봉사단원 11명과 함께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한 PC관련 정보화 교육을 시작했다.

김형찬 대리는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다가 우리가 가진 지식을 나눌수 있을 것 같아 PC교육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 내용은 아래아한글이나 엑셀.파워포인트를 사용하는 방법 등이다. 각 과목에 필요한 150페이지 안팎의 강의서도 봉사단원들이 직접 만들었다. 한 과목당 15명가량의 노숙자들이 8주에 걸친 교육 과정을 수강한다. 지난 1년간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한 노숙자들은 60여명에 이른다.

물론 나이스봉사단의 교육을 받는다고 노숙자들이 모두 PC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곧장 취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김경주 대리는 "취업을 직접적으로 돕기보다는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노숙자들에게 재활하겠다는 의지를 북돋워 주고 자신감을 되찾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과정을 이수한 수강생 중 여섯명이 주차장이나 건물 관리원 등으로 취직해 재활센터를 벗어났다"며 "그분들의 인사를 받을때 가슴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수료식때 나이스 봉사팀은 주변 초등학교의 어린이 합창단과 공연도 한다. 속옷이나 로션 등을 장만해 수료 기념품으로 선물한다.

김형찬 대리는 "어린이들의 공연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노숙자들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며 "모든 분들이 재활에 성공해 직업을 찾고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장정훈,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