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건의 성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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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찰의 수사결과 밝혀진진실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이전기록에 나타난 각종 부수사실이 그 전부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결국 이사건은 남다른 탐욕과 허영심, 낭비벽을 가진 이철희·장영자부부의 일확천금을 노린 어처구니없는 망동, 일신상의 영달과 이익만을 탐하는 일부고위 금융인의 구태의연한작태, 역시 권력주변인물이면 안되는 일이 없다고 착각하는 일부 기업인의 시대착오적 의식구조, 그리고세칭 지하경제의 그늘에서독버섯처림 서식하는 악덕사채업자들의 농간등이 사건의 원흉이며 배후라고 하겠읍니다.
이철희부부는 대규모 투기자금을 동원, 증권시장조작을 통하여 사업자금을 마련한다는 허황된 꿈을갖고, 자금난을 겪고있는 기업체들로부터무려1천6백94억원에달하는 어음을 편취하여 이를 사채시장에 유통시켰으나 종국에는 파탄에 이르고 말았으며,그과정에서 인척인 이규광이 마치 배후에서 그들을 지원하는것처럼 가장하는등 권력층의 연고자가 비호하면안되는 일이 없다는 식의아직도 사회의 일각에 남아있는 불행한 부정심리를최대한 이용하였으며, 은행·단자회사· 증권시장·사채시장등의 전체 금융매체를 상대로 우리경제가 지닌 제도금융과 세칭 지하경제의이중구조의 병폐에서 비롯된 금융질서의 허점과 맹점을 악용하는데 추호도 서슴지 않았읍니다.
일부 금융인들은 아직도구시대의 잔존의식과 금융풍토를 과감히 청산하지못한채 특권층이 배후에 있다는 암묵적인 과시를 마치 진정한것인양 믿고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이에스스로 영합하려는 추총심리를 보임으로써 결코 있어서는 안될 금융비리와부조리를 자행하여 결국 이철희등이 벌인 사기행각에 중요한역할을담당하였읍니다.
또한 일부 기업인들은기업의 사회성과 공공성을외면한채 기업 이윤의 추구를 위하여는 얼마든지 권력층과 야합할수 있다는지나간 시대의 그릇된 의식을 불식하지 못하고 이철희·장영자부부의 특권층위장사기극에 휘말려 기업을도산에 이르게까지 하였읍니다.
그러나 종국에 이르러이들이 벌인 온갖 비리는제도금융의 음지에서 뿌리를내리고 있는 사채업자와그배후 전주들만을 배불리고탈세와 불로소득의 원천이되어왔으므로 이들 사채중개인과 전주들이야말로 이사건의 심층부에 숨어있는실제의 원흉이라고 할수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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