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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방학중 자녀지도|"가족에 소속감을 못 느낄 때 탈선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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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 고등학생둘의 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가정에서의 자녀지도 문제가 보다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청소년 상담실 창구를 통해 접수되고 있는 음주·흡연·유흥가 출입·가출·성문제 등 청소년들의 비행 문제는 방학중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청소년들의 비행 방지를 위해 방학 중 자녀지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좌담회를 통해 그 근본대책을 모색해본다.
▲최=청소년비행의 근본은 먼저 성인행동의 모방에서 비롯됩니다. 남학생들은 성인들이 습관적으로 행하고 있는 음주나 흡연·고고나 디스코장 출입을, 여학생들은 숙녀의 옷차림이나 가발·화장등을 흉내내게 되는거죠. 그 다음은 교사나 부모를 비롯한 기성세대 자체에 반발하는 형태로 가출을 하게 되고 이성인 교사를 좋아한다든지, 도색사진·동성애적 경험의 왜곡된 성행위에 호기심을 가져 성범죄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 청소년들의 문제는 외국 청소년들에게 많은 조잡하고 폭력적·사회적인 범죄 형태라기 보다는 스스로의 성장 발달에 해를 끼치는 신경증적인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방학중에는 바닷가나 산에서 사회적인 자극이 강하게 반응되기 쉬운데 이러한 문제들이 가정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부모들의 역할이 크게 강조되고 있습니다.
▲김=문제 학생들과 학교에서 상담하다 보면 대개는 부모의 영향력이나 권위가 상당히 약화된 것을 보게 됩니다.
부모들 스스로도 남자나 여자 친구와의 교제를 두고 허용과 금지의 결정에 자신이 없고 또 『요즘 애들은…』이라는 불만이 가슴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가정 교육 자체의 부재 시대에 처해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요즘 애들은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뭔가 다르다』는 엘리트 의식이 자리잡고 있어서 어른들의 권유에 무당하게 피해보고 있다고까지 여기고 있습니다.
▲이=부모의 권위가 약화된 것은 분명합니다. 부모들은 『우리 애는 괜찮은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라는 불만을 터뜨립니다. 사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인기보다 불량 아이들의 인기가 훨씬 높죠.
특히 마음이 약한 학생들일수록 그 단체가 주는 힘과 소속감으로 묘한 자부심마저 갖게 되는가 봅니다.
가정에서 주지 못하는 강한 소속감을 불량청소년들의 모임에서 부여하는 의리와 배짱으로 대신하려는 청소년들의 이같은 심리가 우려됩니다.
▲최=여자 청소년들의 비행은 심리적인 유형으로 깜깜한 비행이 대부분입니다.
연예인에게 지나친 편지를 쓴다든지, 물건을 훔친다든지등. 특히 절도가 압도적이고 남자들의 경우는 사회적 비행으로 혼성 캠핌, 유흥가출입, 음주의 형태죠. 양적인 면에선 남자의 비행이 단연 우세하지만 최근에는 여학생들의 비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행의 요인은 가정적인 것이 대부분으로 남자는 가정의 안정도에 따라, 여자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비행의 근본 요인이 됩니다.
금=친구를 자꾸 괴롭히고 수업태도가 산만한 등 말썽을 고의적으로 부리는 여학생이 문제가 되어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자기의 마음을 이해 못한다는 이 여학생은 가출을 결심하면서 장차 문인이 되겠다고 털어놓았는데 『채소장사를 하는 어머니가 맘에 안든다고 딸이 거부한다면 너는 누구의 자식이냐』고 충고를 하자 자기가 어머니를 이해해 보겠다며 고개를 떨구더군요.
부모의 교육정도를 떠나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서 부모도 함께 커나가고 배워야 한다는 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하게 된 상담 케이스 였죠. 꽃꽂이나 부업 못지 않게 부모들의 평생교육이 자식에 대한 사랑과 함께 갖추어져야 할겁니다.
이=살기가 좋아져서 인지 요즘 부모들은 지나칠 만큼 사랑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방학중에 아이를 도서실에 보내놓고 하루 종일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다든지, 아예 아이의 모든 생활을 미행하기까지 하는 극성스런 부모가 의의로 많죠.
최근에는 80년부터 학업 다음으로 이성 교제가 상담사례의 두번째로 부상함에 따라 이성교제에 대한 부모들의 걱정이 대단합니다.
어디까지를 허용해야 하는지, 자녀와 대화를 하려 하는데 무엇부터 얘기해야 하는지 등 성교육의 측면에서 관심이 높아진거죠.
▲최=성교육이 부쩍 표면화되자 학교에서는 거의 의무적으로 임신이나 출산 등의 생리적인 교육만을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알고자 하는 성에 대한 호기심은 생리적인 측면이 아니라 남자는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지, 손을 잡거나 키스는 해도 되는지 등의 구체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아직도 부모들이 터부시하는 성에 대한 그들의 호기심을 주간지나 매스컴·잡지 등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기이한 성관계만 보게되는 탓에 더욱 청소년들의 문게가 심각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매스컴이나 잡지의 노골적인 생의 묘사가 부부들간에도 불안을 일으키는데 하물며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점에선 다각적인 반성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이성관계를 조건부를 달고 반대하는 것보다는 순결을 잃었을 때 본인이 일생동안 처할 상황과 그 대책을 설명해 주는 것이 성교육과 함께 판단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즉 사람은 참을 줄도 알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된다는 얘기죠.
▲최=보이지 않는 비행이 검거된 비행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부모들이 인식해야 할 겁니다.
무식하다고 부모의 역할을 포기하기 보다는 그 무식은 인문 무식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인생의 태도를 자식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비행에 대한 책임을 어른들이 만든 사회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 않도록 상담자이자 협조자의 위치에 서야 할겁니다.
▲김=부모가 자식에게 얘기하기 어려운 점을 함께 의논하는 것도 자녀에게 대화의 좋은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난 너같은 자식을 두어서 자랑스럽다』라는 얘기를 들려주는 것 이자식들의 내재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효율적인 방안이 된다는 얘깁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사회적인 부조리가 없는 한 대개는 가정에서 부모의 힘으로 조정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최=흥청거리기 쉬운 방학에는 바캉스 계획이라도 함께 짜면서 방학을 부모와 자식이 가까와질 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실천하는 기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학업성적의 우려는 가정 생활에서의 적응만 순조로우면 곧 극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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