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세계는 법인세 낮추기 경쟁 … 인상 논의 중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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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피아트, 화이자, 버거킹.’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세테크’를 위해 본사를 법인세가 적은 곳으로 옮겼거나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이다. 세금 한 푼 줄이려 정든 고국을 떠나는 기업도 점점 늘고 있다.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미국의 의약품 판매 회사인 월그린은 스위스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제약사인 얼라이언스부츠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법인세율이 35%에 달하는 미국에서 8.5%에서 불과한 스위스로 본사를 옮기기로 한 것이다. 월그린처럼 낮은 법인세율 국가로 꼽히는 스위스·영국(21%)·아일랜드(12.5%)·네덜란드(25%)·캐나다(15%) 등 5개 국가로 본사를 이전한 기업은 총 13곳에 달한다.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법인세를 활용한 기업유치 작전에 나섰다. 1999년만 해도 영국 법인세율은 30%에 달했다. 99년부터 12년간 법인세를 겨우 2%포인트 낮출 정도로 세금인하에 인색하자 맥도날드·구글·야후·P&G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접국가인 스위스나 아일랜드로 유럽본사를 옮겼다. 영국 토종 제약회사인 샤이어까지 본사를 아일랜드로 이전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정부가 나섰다. 2011년부터 법인세를 매년 인하해 2015년까지 20%대로 낮추기로 했다.

 법인세를 내리면서 기업들은 다시 영국을 찾기 시작했다. 피아트는 이탈리아(법인세 27.5%)에 등기상 본사를 두고, 세법상 주소지는 영국으로 이전해 세테크를 하기로 했다. 화이자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인수를 계기로 미국에서 영국으로 본사를 옮겨 연간 10억 달러를 아꼈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다. 세계 각 국가들이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선 것과는 달리 모자라는 복지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법인세 인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전경련은 “세계적 법인세 인하추세 등을 고려할 때 관련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법인세율은 모두 3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 소득을 기준으로 2억원 미만(10%), 2억원 이상~200억원 이하(20%), 200억원 초과(22%)로 구분해 세금을 걷고 있다. 전경련은 “상위 0.1%의 기업이 법인세 전체의 3분의 2를 부담하고 있다”며 “법인세 인상은 상위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이 법인세 인상 논의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데엔 전례 없는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이 최근 1616개 비금융 상장사와 주요 비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 매출액 증가율이 5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성장세는 2012년 7.8%로 반감해 지난해엔 0.4%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 상반기엔 -0.7%로 역성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율은 2000년 30.6%에서 올해 기준 23.4%로 평균 7.2% 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28%에서 22%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비록 우리의 법인세율이 OECD 평균보다는 조금 낮지만 대만(17%)·싱가포르(17%) 등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선 많이 높은 수준이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기업하기 좋은 투자여건을 조성해 기업 투자와 외국기업 유치→기업의 고용 확대→세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길이 궁극적인 세수부족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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