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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덩치 커 조정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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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동차공업 통폐합 문제가「원점환원」으로 결론이 났다.
2년여의 시행착오 끝에 처음상태로 되돌아 간 것이다. 이미 벌여놓은 사업들의 교통정리가 얼마나 어려운가가 실증된 셈이다.
중공업의 통폐합도 당초의욕에 비해선 매우 엉거주춤한 상태로 끝났다.
자동차 통폐합은 2년 전 국보위당시 과잉시설에 허덕이는 중화학공업을 교통 정리한다는 목표아래 발전설비는 대우에, 자동차는 현대에 몰아주기로 한데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현대자동차와 대우그룹의 새한자동차의 통합은 시발단계에서 벽에 부딪쳤다. 새한에 50%의 지분을 가지고있는 GM(미)을 어떻게 대우하느냐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GM은 통합회사의 경영주도권을 요구했고 이를 현대에서는 들어줄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상공부는 당초계획을 수정한「자동차공업의 합리화조치」를 81년 2월 28일 내놓았다.
이 조치는 ▲기아산업(기아에서 1백% 출자한 아세아 자동차 포함)과 동아자동차를 합병, 새 회사를 발족시키고 ▲승용차는 현대·새한에 2원화 시키며 ▲업체별로 차종전문화를 단행한 것이 주요 골격이었다.
l∼5t트럭·중소형 버스·일부 특장차는 기아가, 소방차·믹서트럭·탱크로리·BCC 등 4종의 특장차는 동아가 기아와의 합병을 전제로 전문 메이커가 되었다.
특장차는 현대·새한·기아에서 생산해오던 차종이었다. 나머지 차종은 종전처럼 자유경쟁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2·28조치」에도 불구하고 내놓게된 차종 없이 오히려 4종의 특장차를 전문 생산케 된 동아는 실없이 득만을 보게된 셈.
그러나 이 조치는 자동차업계의 협조를 못 받았다.
특히 기아·동아는 합병을 집요하게 반대했다. 합병후의 경영주도권 문제가 크기 때문에 차종전문화로 충분하다는 주장이었다.
상공부가 표면적으로는「자율합병」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당사자의 이해를 거중조정 했으나 합병은 지지부진했다.
합병추진을 위한 운영협의회를 발족(81 3월)시키고 동아·기아 양 사는 자산평가와 회계감사 등을 거쳐 합병계약서 및 대주주간 약정서체결(81년 12월 1윌), 각사 주총에서 합병승인의결(82년 2월 27일) 등 합병작업이 겉보기에는 순조로운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난 5월 31일 소집된「합병보고를 위한 합동주총」이 유회 됨으로써 새 국면이 전개됐다.
기아·동아는 각각 자본금 1백 50억원과 90억 원의 주식을 1대 1로 합병하기로 합의각서까지 교환한바 있으나 동아는 기아의 자본잠식 문제를 거론, 합동주주총회에 부상함으로써 합병이 좌초되고 말았다. 경영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를 둘러싸고도 대립이 있었다. 경영권이 문제니 만큼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2·28조치」이후 거의 l년 반이 지나는 동안 동아는 지난해 13억 결손에서 올해 상반기는 8억 흑자(추정)로 발전되고 기아는 지난해 결손 2백 66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는 결손 폭이 l억원(추정)으로 축소될 만큼 경영이 호전되자 양 사는『꼭 합병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다.
사태가 이쯤에 이르자 상공부의 입장이 미묘해졌다. 합병을 포기하는 경우 행정의 공신력이 문체였다. 또 현실은 업계의 주장대로 자동차업계의 경영이 호전된 것도 사실이었다.
상공부는 ①합병강행 ③합병포기와 차종전문화 현 체제유지 ③특장차의 완전자유화 ④특장차의 일부 자유화 등 4개 실무 안을 놓고 이해득실을 타진 끝에 결국 합병포기와 특장차 자유화를 택한 것이다. 현시점에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며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것이다.
특장차의 자유화는 정부의 결점(합병) 에 불응한 동아에 대해 응징적인 의미가 있어 행정의 권위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점환원」이 체면엔 큰상처가 가지만 그 때문에 심각한 후유증이 빤히 보이는 통합강행을 밀어붙이지 않은 것은 큰 용기라 볼 수 있다.
자동차업계의 시장판도는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는 올해 6월말 현재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의 89%가 승용차 이었으나 특장차의 판매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있다.「2·28」조치 전 현대는 국내 특강차 시장의 50%를 석권하고 있었다. 믹서트럭·탱크로리·BCC 등 3차종을 다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1백 63개종에 달하는 특장차의 국내시장은 81년 기준 6백 52억원. 이중 자유화된 4개 차종의 비중은 2백 95억 원으로 45%를 차지하고있다.
새한은 탱크로리, 기아는 소방차·믹서트럭·탱크로리가 종전 주력생산 특장차에서 동아를 포함, 특장차 시장 4파전이 치열해질 것 같다.

<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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