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러브신 누가 일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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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산영화도 많이 대담해 졌다』는 것이 최근 영화팬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포르노 영화와의 한계가 모호할 정도로 영화의 표현이 폭넓고 깊이 있게 변해 가는 세계영화 추세에 비교할 때 국산영화의 이만한 변모는 당연한 것이다.
영화의 내용이 이렇게 변하면서 연기자들의 연기에도 큰 변화가 왔다. 옛날 같으면 다소곳한 연기면 될 것을 이제는 대담한 러브신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도 그만큼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러브신 연기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가 배우의 인기기준이 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여자연기자들의 연기는 더욱 힘들게 됐다. 사실 러브신을 손쉬운 연기인 것으로 여기는 팬들이 많으나 실제로 러브신을 연출자의 마음에 들게 잘 해내는 연기자는 많은 편이 아니다.
김호선 감독은 『일반연기는 훌륭한데 러브신 장면에선 나무토막처럼 빳빳해지는 여배우가 많다』면서 『러브신 연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예』라고 했다.
최근에 개봉됐던 『만추』는 MBC탤런트 김혜자씨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영화.
이 영화의 연출은 김수용씨가 맡았었는데 김감독은 『러브신에서 김여사가 잘해낼까 몹시 조바심을 냈는데 의외로 금여사가 좋은 연기를 보여주어 역시 그녀는 대 스타구나 하고 스태프들이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러브신에서의 1급 여배우들은 역시 정윤희·유지인·장미희·김시애·정영숙양 등. 이들은 1급 연기자답게 러브신도 감독의 요구에 따라 잘 연기해낸다. 다음이 이영옥·전영선·금보라·임예진·원미경·나영희양 등.
러브신은 화면에서 보면 매우 쉬운 것 같지만 촬영현장에서 보면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에 의한 연기일 뿐이다. 몸놀림은 물론이지만 표정하나, 손가락하나 움직임도 감독의 치밀한 각본에 의한 연기일 뿐 배우 기분대로 해내는 즉흥적인 행위가 아니다.
따라서 막상 연기자들은 화면에서 보듯 성적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 연기보다 몇 배나 긴장되고 힘이 들어 금보라양 같은 배우는 베드신 촬영이 끝나면 1시간씩 늘어져 쉬어야만 다음 촬영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결혼의 경험이 있는 O양은 베드신의 분위기가 고조되면 아예 현설처럼 실연(?)해 상대 남자배우와 스태프들을 당황케 만든다. 각본에도 없는 대담한 연기를 해내어 효과야 대단하지만 민망할 정도라고 K감독은 말한다.
정윤희·유지인·장미희양 등 젊은 여배우들은 아름다운 몸매로 러브신을 돋보이게 하지만 정영숙·김시애양 등은 에로틱한 분위기 묘사가 더욱 일품이라고 감독들은 평가한다.
러브신 장면 촬영은 대단한 통제를 받는다. 촬영에 꼭 필요한 스태프 외엔 출입이 금지 당한다. 애무정도는 예사, 이제는 완나도 보통이어서 배우들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함께 조용한 분위기를 살려 좋은 연기를 위해서다.
감독들은 『러브신은 이제 영화의 당연한 요소가 되었으니 우리 나라 여배우들도 러브신 연기에 좀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뭏든 우리 나라에서도 앞으로 베드신 전문 배우가 출현, 팬들로부터 새로운 인기를 얻는 인기배우가 될 것이 틀림없을 것 같다. <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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