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糖지수 높은 것도 조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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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당 지수(糖 指數)를 아십니까. 당 지수란 특정 식품을 섭취할 경우 얼마나 빠른 속도로 소화돼 혈액 중 포도당 농도를 증가시키는지를 객관적으로 표시한 지수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연구진에 의해 처음 고안된 당 지수는 영어로 'glycemic index'며 약자로 GI로 표기하기도 한다.

당 지수가 중요한 이유는 포도당의 총량(열량 또는 칼로리) 못지 않게 포도당의 증가 속도가 비만과 당뇨.유방암 등 각종 성인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 지수가 높은 식품일수록 섭취 후 포도당 농도를 빨리 상승시킨다.

이것은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분비되게 한다. 과잉 분비된 인슐린은 췌장을 지치게 해 당뇨를 유발함은 물론 인체가 쓰고 남은 열량을 지방으로 만들어 버린다.

인슐린에 의해 지방으로 바뀌는 잉여 열량은 글리코겐의 형태로 근육에 저장되는 양보다 30배나 많다. 인슐린이 자주, 그리고 많이 분비될수록 뚱뚱해지기 쉽다는 말이다.

건강을 위해선 가급적 당 지수가 낮은 식품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장 속에서 천천히 소화.흡수돼 포도당 농도가 천천히 올라가는 게 좋다. 그래야 췌장을 자극하지 않고 이로 인해 성인병과 비만을 유발하는 인슐린의 과잉 분비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혀에서 바로 단맛이 느껴지는 과자와 사탕.케이크 등 식품은 당 지수가 70 이상으로 높다. 설탕과 과당 등 소화와 흡수가 빠른 당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밥이나 빵.국수 등 녹말 위주의 복합 탄수화물은 당 지수가 50~60으로 중간 정도다. 오래 씹어야 겨우 단 맛을 느낄 수 있다.

위장 속에서 소화되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포도당 농도가 비교적 서서히 올라간다. 당 지수가 낮은 대표적 식품은 콩이며 기름을 뺀 유제품도 해당한다. 대두가 됐든 완두가 됐든 콩은 당 지수가 25 정도로 매우 낮다. 요구르트는 14에 불과하며 탈지우유도 32다.

주의할 식품은 감자. 대개 감자는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아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 지수 측면에선 경계해야 할 식품이다. 으깬 감자는 70, 튀긴 감자는 75, 구운 감자는 85나 된다. 고구마가 54이므로 감자의 당 지수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식품의 종류뿐만 아니라 조리법도 당 지수에 관계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식품이라도 ▶분말.건조.고온.고압 등 가공처리를 많이 거칠수록▶섬유소를 적게 섭취할수록▶단백질이나 지방을 적게 먹을수록▶짜게 먹을수록 당 지수가 올라간다.

알아두어야 할 사항도 있다. 당 지수가 높더라도 채소나 과일 등 열량이 적은 식품은 큰 문제가 안된다는 것. 예컨대 당근의 당 지수는 71이며 수박도 72나 되므로 스파게티의 55보다 높다.

하지만 당근이나 수박에 포함된 당분 자체의 열량이 적으므로 포도당 농도의 급격한 상승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스파게티보다 미미하다.

당 지수가 높은 식품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다. 때에 따라 포도당 농도를 빨리 높여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로는 ▶당뇨환자가 과잉 운동으로 저혈당 상태에 빠졌을 때▶시험이나 운동 등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에너지 소비가 필요할 때▶운동 직후 근육에서 다량으로 고갈된 글리코겐을 합성해 피로를 풀어 주기 위해서 등 세가지가 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 주신 분=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 제롬크로노스클리닉 이무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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