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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왜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 역사교과서의 왜곡된 기술에 대한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하나는 한국과 중공, 소련을 포함하는 일본의 이웃나라들이 모두 일본교과서의 기구태도를 비관하고 나서고 있음으로 해서 자연 외교문제화 하리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런 외국의 거센 반발에 때맞춰 일본언론들의 자성론도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자성론은 어디까지나 양식을 가진 일부 지식계층의 의견이고 또 어느 면에서는 일본 내 보수·혁신간의 정치적 이해도 뒷받침된 견해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오히려 일본 문부성의 교과서 검정책임자들이 이런 외국의 반응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이 일반적인 일본인들의 기본 태도라는 느낌을 받게됨으로써 우리로선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들은 이 교과서가『확실한 자료에 입각해서 객관적으로 구성되어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어디까지나 일본학생을 위한 국내 교과서이므로 타국이 간여할 바 못된다』고 서슴없이 내뱉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상식을 외면한 오만이며 예의를 모르는 언동이 아닐 수 없다.
과거의 일본교과서가 이웃나라인 한국과 중국에 대해 저지론 침략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왜곡된 표현을 능사로 해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화해와 선린의 기본정신을 가지고 새로 우의를 다짐하고 있는 마당에 그간 잘못된 내용은 고치고 다듬어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도리이다. 오히려 악의적으로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의도를 흑은 호도하고 혹은 정당화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곤란하다.
이 같은 일본정부의 무모한 왜곡검정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 9월 본 난이 경고한바 있었거니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에 끝낸 교과서 검정에서 계속 그런 태도를 견지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일본 문부성의 왜곡검정 중에는 일본의 무자비한 한우도 침략사가 모두 삭제되었고 오히려 36년간의 식민무단 통치가 외세로부터의「보호」로 미화되고 있어 우리를 놀라게 한다.
또 한민족의 독립의지의 발로인 3·1운동조차「폭동」으로 격하 표현하는가하면 한국에 광복을 안겨준 8·15를『한반도의 지배를 부정당하게 됐다』는 식으로 멋대로 표현,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일본 국어 교과서에 실려 오래 가르쳤던 일인 유종열의 유명한 글「광화문」과 한국어 말살문제를 주제로 한 재일 동포 문인 고사명의「잃어버린 나의 조선을 찾아서」를 모두 삭제해버렸다.
물론 그들의 교과서 왜곡 표현은 비단 한국에 대해서만이 아니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중국에 대해서도 자행되고 있기 때문에 일면 다행스런 느낌도 없진 앉다.
그것은 일본의 이런 교과서 왜곡이 구태의연한 대한 우월감만에 근거한 잘못이 아니라는 일루의 희망을 우리자신 붙잡아 두고싶은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그 같은 잘못이 근본적으로 제국주의적 우월감과 역사 문화적 열등감의 표현으로서, 국가주의의 테두리 속에서 자기합리화와 진보왜곡을 계속 고집하는 근성을 노출한 것이라는 점에 다시 상도 한다.
왜냐하면 이번 일본의 자성론이 한국보다는 소련과 중공 등 강대국의 반발에 직면한 재빠른 반응이라는 해석도 일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사기술은 진실을 근거로 해야하며 선린우호가 이웃나라에 대한 기본 태도여야 함은 물론이지만 일본이 상대와 시세에 편승하여 그들의 태도를 표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외국인에 주는 것은 크게 보면 일본 자신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그 점에서 우리는「스즈끼」수상이 바로 엊그제『한-일간의 우호중진에는 양국 정부간의 협력만이 아니라 양국 국민간의 이해증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한말을 믿고자한다.
우리는 일본교과서의 오류와 편견이 이처럼 고의로 또 악의적으로 노출된 점을 우려하면서「우방」일본이 이의 조속한 시정에 성의를 보이기를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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