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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무궁화꽃'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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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25일 평양.백두산.묘향산 등에서 열린 민족작가대회는 60년 만에 남북작가가 재회한 자리였다. 사연도 절절하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로동신문 마감을 늦추다=20일 오전 10시 인천공항을 출발하려던 평양행 고려항공 여객기는 안개 때문에 제때 뜨지 못했다. 게다가 해외동포 작가의 대표 자격 여부를 놓고 남북이 막판에 의견이 엇갈려 본대회는 오후 7시쯤에야 열렸다.

행사가 끝난 게 오후 11시. 평소 기사 마감이 오후 7시였던 '로동신문' 기자들은 자정까지 자리에 남아 기사를 마감했다. 이런 경우는 없었단다. 이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각별한 관심을 밝혀서"였다.

◆초등학교 동창과 마주친 김훈='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57)씨와 북한 작가 남대현(58)씨가 서울 돈암초등학교 동창인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저녁 평양 인민문문화궁전에서 열린 폐막 연회장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알게 됐다. 둘은 전차 종점 부근의 동네에 함께 살았고, 천막 교사에서 공부했던 기억까지 공유하고 있었다. 남씨는 돈암초교를 5학년까지 다녔고, 부친을 따라 일본으로 밀항한 뒤 1963년 북송선을 탔다. 대표작으로 1980년 남측 대학생이 많이 읽은 장편소설 '청춘송가' 등이 있다.

◆보현사 예불=북한 최대의 사찰 보현사를 남한 문인들이 찾은 24일. 남한 문인들은 통일을 기원하는 예불을 올렸다. 보현사 정명스님의 독경을 시작으로 예불은 20분 정도 진행됐다. 특히 동국대 홍기삼(문학평론가)총장이 예불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1042년 세운 보현사는 1906년 동국대의 전신인 명진학교 창립을 주도한 전국 17개 사찰 중 하나다. 보현사는 김일성 주석이 14차례 방문했다.

◆북에서 인기있는 남측 소설=북한에선 지금 남한의 유명 대중작가 김진명씨의 장편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최고 인기라고 여러 작가가 입을 모았다. 북한의 신세대 작가 장수봉(37)씨는 "학습당(도서관)에서 소설을 읽었다"며 "남북이 힘을 합쳐 외세를 물리치는 내용에 크게 공감했다"고 말했다.

평양.묘향산=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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