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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심어 꿈 수확 … 확 바뀐 우리동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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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가을걷이를 하고 거둬놓은 짚단은 여물로 쟁여놓는다. 남정네들은 부지런히 읍내를 오가며 수확물을 내다팔고, 마을 아낙네들은 마디 굵은 손으로 가족을 위한 김장을 시작한다. 가을볕에 잘 말린 태양초를 방앗간에서 갈아오고, 5일장에 나가서 겨우내 먹을거리를 사들인다. 세월이 많이 지난 요즘, 시골 풍경도 바뀌게 마련이지만 한마을주민이 어울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품앗이를 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은 여전한 것 같다.

경관·환경 부문 동상을 차지한 충남 태안군 길우지마을 주민 이정란씨.

지난 7일, 24절기 중 겨울 준비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에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농협팜랜드에 27개 마을이 모였다. 그동안 좋은 마을,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마을들이 축하를 주고받기 위해서다. 어떤 마을은 주민들이 콘서트의 기획자·연출자·출연자가 됐다.

어떤 마을에선 직접 벽화를 그리고 뒷산을 청정 산책로로 꾸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또 어떤 마을에선 보릿고개 시절 물건 하나를 팔기 위해 열두고개를 넘던 고생스러운 삶을 노래로 만들어 오지마을을 문화 마을로 탈바꿈 시켰다. 찾아가고 싶은 마을, 경관이 아름다운 마을, 체험할 거리가 있는 마을을 만든 건 주민 스스로였기에 기쁨이 더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제1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 현장이다.

 농식품부는 마을 만들기 우수 사례를 발굴·확산해 행복하고 활력있는 마을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민들이 즐기고 화합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을 열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이번 콘테스트를 위해 전국 각 지역에서 1500여 명의 주민이 참석해 마을소개·동아리공연 등 우리동네 자랑에 나섰다.

소득·체험 부문 은상을 차지한 경남 함양군 안심마을 주민 정태순씨.

 ‘함께 만들어요, 행복한 우리 마을’이란 슬로건으로 진행된 이 대회는 전국에서 1891개 마을이 참여했다. 도별 예선을 거쳐 선발된 27개 마을과 9개 시·군이 4개 분야에서 경연을 벌였다. 4개 분야는 ▶아름다운 마을(경관·환경) ▶잘사는 마을(소득·체험) ▶살기 좋은 마을(문화·복지) ▶시·군 분야다.

 경관·환경 분야엔 충북 옥천군 안터마을, 소득·체험 분야엔 경기 양평군 여물리마을, 문화·복지 분야엔 제주 서귀포시 가시리마을, 시·군 분야엔 경남 합천군이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옥천군 안터마을은 대청호로 인해 농토가 수몰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반딧불이를 중심으로 되살아난 자연생태계를 생태마을로 거듭나도록 주민이 직접 보전·관리하는데 참여하고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양평군 여물리마을은 수도권에 인접한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로컬푸드사업을 펼치고 캠핑장·외국인 농가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많은 관광객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남겨 주는 마을로 거듭나고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증대를 이뤘다는 평을 받았다.

 서귀포시 가시리마을은 수요자 중심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해 많은 주민들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방문객을 위한 공연, 동아리 활동 발표회가 마을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등 다채로운 문화생활로 마을 발전을 이룬 성과를 인정받았다.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한 마을에는 정부포상과 상금 3000만원이 지급되며, 시·군 분야 금상을 수상한 합천군엔 정부포상과 상금 1억원이 지급됐다. 본선에 참여한 모든 마을과 시군에도 상장과 상금이 지급됐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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