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서 전시중인 프랑스신구상 회화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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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평화롭고 아늑한 전원이 펼쳐져 있는가하면 공해에 오염된 물고기들이 섬뜩한 모습으로 화면 가득히 나타난다.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프랑스신구상회화전(8월15일까지)은 다양한 발상과 표현기법으로 생동감념넘는 전시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전시장문을 막 열고 들어서면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에잔』이 반갑게 맞는다. 60년대 프랑스 신구상을 주도했던 「자크·모느티」의 75년도 작품인 이 그림은 나치의 집단수용소였던 아우슈비츠수용소건물의 현재 모습과 함께 왼쪽귀퉁이에 수용소에 갇힌 한여인의 모습을 담아 푸른색과 체리 핑크의 대조된 색감을 통해 역사의 공포를 풍경속에 재현시킨 수작이다.
출품작중 가장 연대가 오랜 「에두아르·피뇽」의 『불타는 올리브나무가 있는 황토색 풍경』(56년작)도 눈길을 끄는 작품중의 하나. 전후 새로운 구상회화의 시조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히는 「피뇽」은 이 작품에서경련적인 나선형태로 뒤틀린 검은 나무를 중심으로 조혐성 넘친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크리스티앙·부이에」의 상상적 풍경을 묘사한 『사물은 우리를 생각한다』(80년작) 라든지, 인위적인 동물원우리를 그려보인 「질·아이요」의 『구덩이』 등은 인간의 현실상황을 보다 깊이 느끼게하는작품들이다.
50년대부터 최근까지 파리화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역구상화가 25명의 역작들을 통해 전후 프랑스의 새로운 구상회화의 흐름을 엿보게 할뿐 아니라, 우리의 구상화단을 새삼 뒤돌아 보게 한다는 점에서 뜻갚은전시회로 평가되고 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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