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립종합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립중앙박물관 이전에 따른 공청회」를 계기로 국립중앙박물관 문제의 논의가 새로 활발해졌다. 그 논의는 지난3월 국립중앙박물관을 현재의 중앙청 건물로 이전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따라 시작되었으나 이번 공청회로 한층 심화하고있는 것이다.
당초 정부의 방침은 문화사적 의미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세계적 규모로 확장함으로써 우리 민족고유문화의 선양과 민족문화생활의 확장을 이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었다.
더욱이 한 시대 민족정통성의 단절기에 식민통치의 상징이었던「총독부」건물을 독립국의 정부청사로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민족의 명예와 긍지를 높인다는 명분도 호응을 얻었었다.
또 실제의 문제로서 현재의 국립중앙박물관의 시설이나 규모가 우리의 국력신장이나 문화재의 양질에 비추어 너무 초라하고 옹색하다는 점도 중앙청건물의 이용에 찬동하는 이유가 되었었다.
뿐더러 중앙청을 포함한 경복궁 일대의 공간이 나라의 얼굴이요, 수도의 중핵이며 축이라는 도시 구조적 관점도 이곳을 민족의 대표적 문화공간화 하자는 견해의 타당성을 인정하게 했다.
그 때문에 지난3월 정부의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우리는 그 타당성을 인정하고 오히려 중앙청의 국립중앙박물관 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경복궁박물관」안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것은 경복궁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지역을 문화공간화 함으로써 우리문화의 세계화와 아울러 국민들의 문화생활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는데 유익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지금 공청회를 계기로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들 가운데에는 심각성을 띤 몇가지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그 하나는 중앙청건물의 철거라는 적극적인 제안이다. 민족의 수치를 상기하게되는 그 건물을 아예 없애고 옛 광화문을 복원하여 경복궁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하자는 의견이다. 또 반대로 수치스런 역사도 역사인 만큼 간직해야한다는 입장도 있다.
순수히 건축기능 적으로 그 건물을 개수하더라도 박물관으로서는 부적 하다는 견해도 있다. 9천평 이란 건평은 실제 넉넉한 것도 아니며, 낮은 천장 높이도 문제다. 또 2백억∼5백억 원의 개수비용이 새로 박물관을 건설하는 것보다 결코 적게 먹히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문제들을 의식하면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박물관 기능의 이해에 기초한 진일보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그것은 기왕 나라의 대표적 박물관을 건설할 의도라면「민족문화센터」의 기능을 갖는 종합박물관」에 착안해야겠다는 뜻이다.
박물관은 과거 흔히 생각되었던 것과 같이 옛날의 유물을 수집, 보관, 전시하는 장소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이제 연구의 장소요, 교육의 장소이며 위락의 장소다. 그것은 바로 사회 모든 성원들이 즐겨 이용 할 수 있는 공원이며 집합 장이다. 커뮤니티 를 위한 문화센터이며 열려진 문화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과거처럼 미술품이나 고고학적 유물을 전시하는 딱딱한 장소가 아니고 모든 인간형태(휴먼 액티비티)가 전시되는 곳이다.
고고·미술품은 물론 역사·자연사, 산업·기술사 혹은 민속전승의 다양한 문화형태가 거기 보존되고 전시되어야한다.
보기만 해서도 안되고 만져보고 실험 할 수 있는 단계까지 되어야한다.
그것은 미국과 같은 부유한 나라의 스미소니언박물관이 13개의 특수박물관의 하나의 지역 안에 통합하여 종합문화센터의 기능을 하는 것에서도 배울 수 있다.
반드시 대국이 아니라도 아프리카의「가나」조차 1백2O에이커의 광대한대지위에 국립문화센터를 조성함으로써 자기들의 민족문화유산을 자랑하며 현대의 생활문화공간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것은 그렇게 요원하고 어려운 사업만도 아니다. 그만한 문화적 비전만 갖고 실천할 의지만 있다면 우선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고 예산이 허락하는 한 단계적으로 조금 씩 조금 씩 이루어 가는 것도 지혜일 것이다.
그런 마스터플랜이 있는 한 중앙청의 박물관 화 문제는 지나치게 우려할 일은 못된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이곳을 개수해 고고·미술관계 특수 박물관 화 하든가 민족수난극복사 박물관 같은 특수목적 이용기관으로 한정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때라도 이 공간이 공공을 위한 문화공문이며 국민의 참조적 삶을 위한 공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충분히 인식되어야겠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국립중앙박물관 이전계획은 좀더 신중히 연구, 추진되어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