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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빨라지는 박승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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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박승희(22·화성시청)가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를 따라잡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전향 세 달 만에 세계 정상급 스프린터로 성장 중이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박승희가 첫 번째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세계 정상급 수준의 스프린터로 떠올랐다. 박승희는 한 달 만에 500m 기록을 1초95나 끌어내렸다. 박승희의 급성장으로 500m 최강자 이상화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임현동 기자]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승희는 16일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대회 500m 디비전B(2부리그) 2차 레이스에서 39초05를 기록했다. 이날 디비전B 선수 중 최고 기록을 세운 박승희는 21일 서울 태릉에서 개막하는 월드컵 2차대회에선 최상급인 디비전A로 승격한다. ISU는 시즌 첫 대회 단거리 종목(500∼1500m) 디비전B의 상위 5명 선수에게 다음 대회 디비전A 출전권을 준다. 박승희는 1·2차 레이스 합계 44점으로 전체 34명(디비전A 20명, 디비전B 14명) 중 14위, 디비전B에선 2위에 올랐다.

 박승희는 지난 8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지난달 22일 대한빙상경기연맹 2차 공인기록회에 공식 데뷔한 박승희의 500m 기록은 41초00이었다. 그러나 한 달도 안 돼 500m 기록을 1초95나 끌어내렸다. 박승희는 15일 1000m에서도 1분17초73을 기록, 자신의 종전 기록(1분17초82)을 0.09초 앞당겼다.

 겁없는 박승희의 질주에 이상화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상화는 이번 대회 2차 레이스에서 37초93으로 10회 연속 월드컵 우승을 이뤘다. 그러나 박승희와의 격차가 1초66(10월 29일 대표선발전)에서 1초12로 좁혀졌다.

 박승희의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도왔던 조상현(26) 코치는 “일반 선수들이 기록을 1초 단축하는데 몇 년씩 걸린다. 미국·캐나다보다 빙질이 좋지 않은 일본 경기장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쇼트트랙 올림픽 2관왕 박승희는 세계 정상에 안주하지 않고 다른 종목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박승희는 지난 6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순수한 기록경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주법·자세·경기운영이 전혀 다르다. 박승희는 “지난 10년간 쇼트트랙 훈련을 워낙 세게 해서 스피드스케이팅은 편하게 탈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더 힘들더라. 내가 굉장히 힘이 센 선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웃었다.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그럴수록 박승희는 악바리처럼 달렸다.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두 번이나 넘어지고도 악착같이 일어나 동메달을 따낸 근성은 여전했다. 하루 8~9시간 강훈련을 거뜬히 이겨냈다. 초등학생들이 한다는 기본 자세 훈련부터 다시 했다.

 스피드 단거리 선수는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순간적인 힘을 내는 게 필수다. 그래서 근육량을 늘렸다. 쇼트트랙 대표 때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두 배 이상 했다. 그 결과 체중·근육량·허벅지 두께가 모두 늘었다. 스피드스케이팅에 맞는 체격을 만들면서 긴 트랙의 직선 주로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여기에 쇼트트랙을 하면서 몸에 밴 유연한 코너워크 능력은 ‘스피드 선수’ 박승희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조 코치는 “스케이팅 기본 자세가 워낙 깔끔한데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도 좋아 예상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천천히 출발하는 쇼트트랙 출신인 만큼 스타트와 초반 100m 구간은 박승희에게 큰 약점이다. 월드컵 2차 레이스에서 초반 100m를 11초05에 끊어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지만, 출전 선수 중에선 가장 느렸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면 박승희의 기록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상화도 “앞으로 기록이 더 좋아질 선수다. 충분히 나와 경쟁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박세영·최민정 쇼트트랙 월드컵 동반 금=박승희의 동생 박세영(21·단국대)은 16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1500m에서 2분12초698로 금메달을 땄다. 고교 1학년생 최민정(16·서현고)은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38초970으로 심석희(17·세화여고·3위)를 제치고 개인 첫 월드컵 금메달을 따냈다.

글=김지한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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